백합/주님의 향기

머리가 이상한 것 아냐?

수성구 2021. 3. 1. 02:32

머리가 이상한 것 아냐?

머리가 이상한 것 아냐?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송현신부)

 

당대 영국 영문학의 최고봉이었던 존슨..그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장터의 한 모퉁이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모자를 벗어들고 벌써 몇시간째 그렇게 서 있었던 것입니다.

행인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수군거렸습니다.

저 친구. 매일 책만 보더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 아냐?

어린 시절 존슨은 무척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길가에서 헌책을 팔아 힘겹게 생계를 꾸려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의 아버지는 어린 존슨에게 헌책 파는 일을 대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갑자기 몸이 몹시 아팠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존슨은 더운 날씨에 힘들기도 하고 또 창피하기도 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날도 존슨의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존슨은 그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 그날을 떠올리며 그는 장터 구석에 서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었습니다.

단 몇 시간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서 있음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덜고자 했던 것입니다.

 

 

일단 죄를 범하면 하느님 앞에 나서기가 두렵습니다.

동시에 끊임없이 죄를 합리화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혹이 밀려 듭니다.

마침내 선악의 판단 기준을 하느님에게 두지 않고 자기 스스로 결정하려 듭니다.

인본주의의 표본인 아담과 하와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죄는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논리적인 이성으로 죄의 상처를 씻어낼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나서지 않고서는 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진리의 빛이신 하느님 앞에서만 죄로 인해 드리워진 어둠이 사라집니다.

 

 

 

 

 

 

중세 유럽의 민담에 따르면.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채택한 최고의 방법은

뒤로 미루는 마음..이라 했습니다. 인간이 죄 중에 있을 때는

유혹이 강하게 작용해서 모든 것을 내일로 미루고 다음으로 연기하려 듭니다.

고해성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기도는 여유가 생길 때 시작하려 합니다.

한마디로 시간이 남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서야 하느님을 찾으려는 심사입니다.

 

 

내일이면 너무 늦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어느 누가 내일 아침에도 태양을 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신앙인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구원을 보증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자비와 은혜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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