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늘 좋은 인연(因緣)으로 살고 싶다]
살다 보면 할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지요. 살다 보면 기분(氣分) 좋은 말,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이 있지요.
살다 보면 칼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있지요. 남의 마음에 눈물을 주는 말, 실망(失望)을 주는 말, 상처(傷處)를 주는 말, 불신(不信)의 말, 절망(絶望)의 말 등등..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俗談)처럼 어쩌면 우린 말 한마디에 천재(天才) 또는 바보가 될 수도 있고, 성공(成功) 또는 실패(失敗)를 가져올 수도 있고,
사랑 또는 이별(離別)을 할 수도 있고, 좋은 인연(因緣) 또는 악연(惡緣)이 될 수도 있고,
영원(永遠)히 또는 남남처럼 살아갈수도 있지요. 우린 사람이기에 실수(失手)도 할 수 있고, 잘못을 할 수도 있고, 싫은 말도 할 수가 있지요!
그러나 인간(人間)은 생각하는 동물(動物) 이성(理性)이 있기에 언제든지 마음만먹으면 자신(自身)을 다스릴 수 있기에..
믿기 어려워도, 화(火)가 치밀어도, 한 번 말하기 전에 조금만 참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하고 나 자신이 소중(所重)한 것처럼 남도 소중히 생각한다면,
극단적(極端的)인 말귀에 거슬리는 말, 보다는 곱고 고운 말, 아름다운 말, 희망(希望)을 심어 주는 말을 하지 않을까요?
수없이 많은 말을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人生), 기분 좋고, 밝고, 맑고, 희망의 말만 한다면 서로 환한 미소(微笑) 짓고,
힘든 세상(世上), 육체(肉體)는 힘들어도 편안(便安)한 마음과 함께 좋은 인연(因緣)으로 살지 않을까요?
늙어가면서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우리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가? 무엇이 달라지는가? 무엇을 찾고 있는가? 무엇이 문제인가?하는 질문들은 한이 없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법 내 생각이 옳은 것이지? 무엇이 진실을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지? 하는 질문들은 이 시대 노인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사실, 늙어 가면서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하게 마련이어서 우리들의 알 수 없는 감정은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간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롤러코스트 같아서 아무리 어른이더라도 생각과 행동에있어서는 덩치 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우리는 세월 따라 늙어간다. 그러나 늙어가지만 우리삶은 미완성이다.
마음의 불안은 늘 계속 된다.눈물도 자주 흘린다. 우리는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기 쉽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노년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의 노화에 대한 우려 속에 물리적 허약, 질병, 또는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러한 노인의 심리 문제는 연령대, 성별, 민족, 문화적 배경 성격 등의 농촌/도시, 교육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와 관련돼 나타난다.
더구나 다양한 육체적 사회적 손실이 이어지면서 건강한 생활, 물질적 결핍,고독감에 쌓이는 등 일상적 능력유지가 어렵게 된다.
또한 현대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생각(번뇌)이다. 끊임없는 번뇌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만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이런 심리적 감정적 노화를 쉽게느끼는 시기는 노년기 사람들이다.
노인들이 한평생 살아오면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 고난의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불행과 고통이 쌓여가는 시기가 노년 후기다.
질긴 생명을 원망하면서 똥, 오줌을 벽에 바르는 노망귀신이 언제 올지 두려워하는 것이다.
모두가 경험한 것이지만 노인들은 건강문제와 장애는 물론 노화와 관련된 신체적 변화 그리고 삶을 통합해가면서 개인의 포부 성취와 실패의 인생을 살아왔다.
젊어서는 잘 먹고, 잘 놀고, 술 먹고 담배피우고 여자를 쫒아 다녔지만 이제는 침대의 비극만 남은 듯하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노년심리학자(georpsychologist)는 아니지만 현대를살아가는 노인들이 공통적으로 의식,
무의식 속에서 느끼고 바라는 10가지만을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찾아 기술하고자 한다.
1.늙으면 늘 ‘몸의 불안감(不安感)’을 느낀다.
50조에 이르는 몸의 세포가 날마다 죽어간다.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쇠퇴과정을 겪는다. 신체가 쇠퇴하고 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으로서
노쇠 현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아픔이다. 게다가 퇴행성 질병, 육체 손상, 신경세포의 기능 약화 등이 발생한다.
성인기에는 주로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병인 뇌졸중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간다. 늙는다는 것은 하나 둘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어서
아무리 건강하고 근육질의 남성이라도 척추하나 다치면 행동이 어렵고 말소리가달라지게 마련이다. 늙음은 마음속에도 있고 근육에도 있고 피부에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노인들은 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몸의 불안감을 늘 느낄수밖에 없다.
기침만 해도 혹시 폐렴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저녁에는 잠들기전에 얼굴에 보이는 시간의 주름을 다듬으며 ‘몸의 불안’을 느낀다.
질병의 근심과 함께 살아가는 노후의 생활이 아닐까싶다. 그러면서 노인들은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며 건강을 지켜가려고 한다.
2.물질적(物質的) 결핍감(缺乏感) 속에 살아간다.
춥고 배고프면 서럽다. 노년기는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지갑이다. 빈털터리가 된 듯하다. 늙어갈수록 돈의 가치, 돈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재화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경제적 결핍은 노인의 기본적인 자립과 자율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남에 대한 의존성의 확대 혹은 삶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돈이 없으면 가족, 정부, 사회단체에 기대는 구조적 의존성(structure dependency)에 빠지거나 소득과 저축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는 가난뱅이 신세가 된다.
솔직히 잘 살고 싶다. 돌직구 식으로 말해 돈이 좋다. 돈이 많을수록좋다. 소득이 1달러 늘 때 마다 재산수준에 관계없이 행복감이 증가한다고 했다.
영국 소설가 ‘서머섯 몸(Somerset Maugham)’은 당신은 발아래 6펜스짜리 동전때문에 뜬 달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돈이 없으면 하류계급의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하루생활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처럼 여겨진다.
말인즉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돈이 없으면 어디서나 주인이 될 수 없다. 경제적 결핍은
자기 정체성과 자기존중의 유지가 곤란해 진다. 건강과 욕망의 실현은 언제나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늙어갈수록 최대한의 물질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욕심 때문에 놓치고 있는 작은 행복은 없는지 자문 해 볼 일이다.
아니면 늙어가면서 가난부터 배워야 할것 같다. 노인들은 꿈을 현실로 착각하고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3.아내에게 더 의존(依存)하게 된다.
결혼을 하면 이혼 혹은 사별이 아닌 이상 배우자를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없는 배타적 관계로 묶여진다.
“남자의 경우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수있고,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아내는 어머니처럼 따듯하게 느껴지는 여자, 밤에는 요부가 되는 여자가 좋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영혼의 반려자를 얻어 일생 함께 살아가는 것,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좋은 남편이 좋은 아내를 만든다고 했다. 젊어서부터 아내에게 모든것을 바쳐 아내를 사랑하면 행복해 질 것이고, 그리고 늙어서는 보살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늙어가면서 남자들은 정서적 혼란을 겪으면서 여자(아내)에게 의존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미워했던 아내에게 마지막 의존하게 된다. 노년기에 아내(가족)에 대한 의존성은 불가피 해진다.
노인의 80-90%가 가정간호 혹은 독립적인 투병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배우자의 도움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늙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 질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곧 아내이다.
침대에 누워있거나 화장실 갈 때도 아내의 도움이 필요해 진다. 아내는 식사뿐만아니라 똥, 오줌을 받아가며 간호할 수 있는 최후의 사람이 바로 아내다.
그러면 알아차릴 만하다. 자식보다 중요한 존재가 바로 오래같이 살아갈 사람은 배우자뿐이다. 그런점에서 마누라 모시는 법도 배워야할 시대다. 특히 배우자를 상실했을 경우 자신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준비하라.
아니면 늙어서 자신을 누가 어떻게 돌 볼것인가 생각해보라. 물론 가능하면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율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제일이다.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앞으로는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철저히 준비하라는 말이다.
4.사랑의 결핍감(缺乏感)에 쌓인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는다고 했다. 그러나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들 사이에는
‘사랑과 지배의 얽힘’이 작용한다. 사랑이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하지만 사랑, 믿음, 행복이 아름답지만 깨지기 쉽다. 늙으면 부부가 원수처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저 놈이 날 붙들고 놔주지 않아 살아갈 뿐이라는 푸념도 한다.
젊어서는 강력한 사랑에 빠졌지만 늙어서는 친밀감이 떨어지며 애정결핍감을 느끼는 것이다. 젊어서는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섹스로 싸움을 끝내지만 늙어서는 그렇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니 때때로 아내에 대한 일상의 회의감마저 들 때가 있다. 아니 아내가 두려울 때가 있다.
남자 노인은 집에서 설자리가 없어진다. 아내는 가정 내 독재자가 돼간다. 노인은 밖에서 궁시렁 대고 할멈은 안방에서 궁시렁 댄다.
그런 갈등이 점점 커져만 가면서 사랑의 결핍감은 커져만 간다. 남편은 부부의금실지락(琴瑟之樂: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의 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면서도 나이와 상관없이 아내의 사랑을 받으려는 고지식함을 드러낸다.
그야말로 사랑이 마치 통조림처럼 봉인되었지만 닭살스런 스킨십을 기대하는 것이 남자의 심리다.
남자는 늙어가면서 여자들보다 더 외로워진다.마초근성(macho mentality)같은 본능 속에
즐거운 로맨스(playful romance)를 그려 보지만 사랑하기가 어려울때 수컷들은 비참함과 비굴함을 느낀다.
문제는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노년에 가서 사랑을 지킨 사람과 사랑을 지키지 못한 사람으로 나눠진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사랑을 지키지 못하거나 사랑이 식어 가는 순간부터 남자의 육체도 빨리 늙어 간 다는 사실이다.
5.외롭다는 마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삶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기다림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랑에 대해, 우정에 대해, 친구에 대해 허기를 느낀다.
마음의 허기가 자리 잡으면서 고통이 시작됨은 물론이다. 옆에 누군가 없다는 허전함은 일종의 병이 된다. 삶이 자주 아프다고 할 때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지치기도 한다. 기린 같은 목으로 언제 올지 모르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것이 부모들 모습이다. 밝은 햇살이 들어와도 우울한 하루, 옆에 누군가 아무도 없다는 공허감에 황소같은 울음이 치밀어 올라올 때가 많아진다. 쓸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가족이 있어도 아내가 있어도 무언(無言)가족이 많다. 대화가 없거나 심한 갈등을 느낀다.
은퇴하면서 아이들이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외롭다는 생각은 끝이 없다.
때로는 아무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듯한 패배감을 느낀다. 그래서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고 그래서 창밖의 지저귀는 새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6.고집(固執)스러워 지며 보수화(保守化)된다.
노인들은 자신들의 생애과정에 따라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젊었을 때는 자유주의적 개방적 성향을 보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대개 보수적인 생각이 지배한다.
진정한 의미의 권위가 아닌 강압적인 권위주의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들은
고정관념에 다가 직선적 사고를 갖고 살아간다. 제3의 길을 외면한 채 둘중의 하나만을 고집하며 자기를 합리화 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한 평생 자기라고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하다. 패거리와 함께 술 마시며 놀던 옛날을 그리워하거나 묵은 원한을 품고 살아가는 노인들도 많다.
때로는 세상이 불공평하고 부당한 것처럼 세상을 비판하며 당파성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완고하고 참신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이념적 논쟁도벌이다가 성난 논쟁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게다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 노인들은 자기가 살아온 틀에서 붕어빵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듯하다.
7.허구적(虛構的) 감정(感情) 속에 남을 이기려고 한다.
노년기에도 남을 이기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 한다. 체면치레에 빠진다. 은퇴 후 상실의 불안감이 크지만 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 점잖은 척 하며 허풍을 떤다.
과거 자기가 가졌던 지위와 역할 혹은 남들이 치켜세우던 지위와 역할에 걸맞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노년기 사람들은 각자 특유의 자신의 생활이야기를 통해 자신의삶을 확대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자랑 삼아 확대해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거나 더 젊어 보이기위해서 위장(mask. disguise)하거나 은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허구화된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은 듯하다. 늙어가면서도 자신을 위장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이중적인 허구심리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노인다움(adulthood)을 잃어버리고 주위 환경에 맞춰가는 카멜레온과같은 행동을 나타낸다. 과거를 자랑하거나 유명인 누구를 들먹이며 자기 친구처럼(name dropping) 과시하는 노인들도 많다.
남들과의 상대적 우월감을 표출하려는 심리가 작용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인으로서는 솔직함이다.
있으면 있다하고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용기가 미덕이다. 사람들은 거창하게 늘어놓는 당신의 구라(지껄임)에 당장 도망갈 것이니 말이다.
8.일하고 싶고, 돈 벌고 싶고, 소비(消費)하고 싶은 마음이다.
노인들도 근본적으로 중년기와 다름없는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늙었지만
아직 마키아벨리적인 발톱을 가지고 세상을 호령하고 싶은 것이다. 노인의 생산적 활동과 사회참여 등 철저한 생존철학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육체적인 노동, 일할 때의 고통, 실패할 때의 절망의 고통이 있겠지만 다시 즐겁게 일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하다. 물론 그런 욕망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생각이다.
은퇴했지만 다시 일터에서 후반기 인생의 재정상태 및 은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사실 일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이고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가는 활동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사회로부터 은퇴했지만 아직 워밍업중이라는 생각속에 일하고 싶은 것이다.
중국의 고승‘백장(百丈)스님’은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즉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일하는 것은 생존의 본질이다. 뿐만 아니라 일하는 것은 젊어지는 길이다. 땀으로 빵을 얻고 싶은 것이다.
노는 듯 일하고 일 안 한듯하면서 놀고 싶은 것이다. 말인즉 노년기에도 무소유가 아니라 무한 소유를 하고 싶고
돈 쓰고 싶은 감정을 지울수가 없다. 봄, 가을이면 백화점도 봄바람이 나게 마련인데 명품에 대한 유혹도 저버릴 수가 없다. 좋은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나 늙어서는 ‘왜 내가 일을 해야 하는가’? 를 스스로 자문해 보는 것도 노년기의 지혜다.
9.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의 귀향(歸鄕)을 꿈꾼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했다. 땅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늙으면 흙냄새가 풍기는 적요(寂寥)의 공간을 찾아가고 싶은 것이다.
미움도 슬픔도 아픔도 날려 보낼 곳을 찾아가려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늙으면 대개 낙향해서
한 뼘의 땅을 일구며 사는 것을 소망한다. 숨 쉬면서 아름드리나무를 껴안고 싶은 곳 말이다. 더구나 절대 허무감속에서 귀먹고, 눈멀고, 삶의 비극성이 다가오면서 죽어서 들어갈 따듯한 유택(幽宅)도 마련하고 싶은 것이다.
삶이 허무해 지면서 결국 세상을 등지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천으로 가서 살고 싶은 심정이 작용한다. 밀레의 그림 ‘만종’과 같은 평화스러운 마을을 상상하기도 한다. 꿈속에서 아름다운 산천을 보았다면 지체 없이 달려갈 구입 할 마음이다. 그런곳에 가서 경쟁에서 벗어나 마음 없이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행동하지 않으면 그런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10.생명(生命)에 대한 욕구(慾求)가 강(强)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불사(不死), 부활(재생), 영생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타오르는 생명, 뛰어오르는 생명력, 누구나 생명의 욕망은 크다.
흔한 넋두리로 고달프다, 세상이 싫다, 죽고 싶다, 하면서도 그래도 살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언제 주저앉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병원을 찾으며 생명을 이어가려고 한다. 아마도 죽을 거라면서도 보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말인즉 누구나 장수한 사람을 쳐다보며 ‘나도 저 정도는 살아야지’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동년배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자기에게 만은 다른 운명의 소유자처럼 오래 살 것이라고 상상한다.
결론적(結論的)으로 늙어가지만 다양한 욕구심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노인의 심리는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감정이란 마음에 대한 몸의 반응이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나타나는 아픔과 소망 등은 컴퓨터로 계산하는 대상도 아니다. 인생을 책장 넘기듯 넘겨보거나 청산하고 결말을 내는것도 불가능 하다. 다만 늙어서는 젊었을 때의 격정(激情)보다 적정(寂靜)을 추구하되 온갖 번뇌를 내려놓고 실현 가능한 목표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스리는 연습(self-control)이 필요하다. ‘순자(荀子)’는 “근심이 없도록 하는것이 최고의 복(복막장어무화:福莫長於無禍,복은 화가 없는 것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당신의 남은 인생은 마음, 소망, 감정시스템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우 정 著>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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