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님께서 눈길을 보내주신 죄인입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는 누구입니까?”
2013년 8월 19일, 104년의 전통을 지닌 미국의 가톨릭 잡지 ‘아메리카’에 실릴
인터뷰의 진행자인 예수회 소속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가 새로이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린 첫 질문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 대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드린 이 질문은
하느님 앞에 선 한 인간으로서 교황님은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준엄한 질문입니다.
저는 어떻게 말해야 적절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이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약간 머리를 쓰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조금 순진한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일 잘 간추리고,
제 내면에 가장 잘 떠오르며, 제일 정확하다고 느끼는 표현은 이것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눈길을 보내 주신 죄인입니다.
교황님의 대답은 단순하였지만 하느님 앞에선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장
분명하고 깊게 인식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신앙의 고백입니다.
“주님께서 눈길을 보내 주신 죄인”은 회개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이루어 내고자 머리를 쓰며 애쓰지만
늘 사는 일이 마뜩치 않아 주춤거리며 서있는 부족한 나,
때로는 견디는 것도 사는 일이라고 애써서 매듭짓고 일어서려 하지만
삶의 무게에 짓눌려 쉽사리 일어서지 못하는 나약한 나,
그래서 하늘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건네지 못하며 스스로 어둠 속에 숨어 지내는 나 같은 죄인은
“나를 바라보시는 주님의 눈길”을 마주할 때에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은 나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눈길에로 나를 초대하십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눈길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일까요?
교황님은 교회가 죄에 대한 심판관도 아니고 은총에 세금을 매기는 세리도 아닌
‘열린 마음을 가진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특별히 소외와 차별의 대상으로 버려
지는 가난한 이들이 언제든지 찾아들 수 있는 ‘아버지의 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어떤 사람과 말씀을 나누실 때 그의 눈을 사랑이 가득 찬 깊은
관심의 눈길로 바라보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향한 관심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하느님의 눈길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십니다.
주님께서 눈길을 보내주신 죄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우리도 안온한 삶의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고통과 슬픔이 여전한 세상을
아버지의 눈길로 바라보고 현장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회개의 길을 걸으며
하느님의 눈길 안에 머무는 아름다운 사순절을 만들어 봅시다.
전주교구
김영수 (헨리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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