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추석 지나 저녁때

수성구 2022. 9. 11. 03:04

추석 지나 저녁때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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