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아름다운 글

어머니의 손

수성구 2014. 5. 11. 05:52

어머니의 손

 

 

여름날에 학교 갔다 돌아오면 어머니는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받아 목욕을 시켰다.
내 어깨를 콱 잡고 힘껏 때를 밀면
그렇게 매울 수가 없었던 손.


 




 

행여 당신 자식이


 

남의 연필 한 자루라도 탐내지 않았나 염려되어


 

학교 갔다 오면 조심스레 필통 검사를 하였던 손.

겨울이면 새 눈물만큼이나 적은 양의 구루무를


 

내 얼굴에 찍어 놓고선 닭똥 냄새가 날 때까지 문질러대었던 손.


 

"나는 이날 이때껏 내 몸 아프다고 드러누워
자식들 밥 안 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말 그러했다.


 

어머니는 틀니를 하기 위해 이를 송두리째 빼고 오신 날도
마스크를 쓰고 저녁밥을 지었다.

그때 그 밥을
당연스레 목구멍에 넘겼던 일이
두고두고 떠올라
나에게 불효의 심정을 떨칠 수 없게 만들었던 손.

남의 보증을 잘못 서주어 고민하는 막내아들 빚을 갚느라
이 은행 저 은행 다니며 돈을 세던 어머니의 손.


 

 


 

"그 속창어리 없는 놈. 지가 무슨 돈이 있다고 남의 보증을 서, 서긴…."


 

화병이 날 것 같다며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던 손.


 

그러나 그 일은 벌써 잊고 장가간 막내아들 뺨을


 

유치원 어린아이 어루만지듯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


 

"아이고, 그때 나랑 빚 갚으러 은행 갔을 때,
이것이 비에 젖은 달구새끼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내 옆에 서 있는데
얼매나 마음이 아프던지…."


 

목이 메어 눈물을 닦는 어머니의 손….


 

"


 

당부 편지 쓰고 날마다 나를 위해 기도드리는 손.
이 밤, 어머니는 그 사랑의 손으로 무얼 하고 있을까.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