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도

과거는 과거이고, 지금 여기서

수성구 2021. 9. 25. 06:44

과거는 과거이고, 지금 여기서

막상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오면

왕복 3시간 정도로 갈 곳이 여기 하얀

모래 언덕과 동굴 두 군데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동굴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화이트 샌드를 선호한다.

 

갈 때마다 하얀 모래와 하늘의 태양과

구름과 바람과 비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그때 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좋고,

곱디고운 하얀 모래를 바라보면

연상되는 것은 영혼의 순백,

영혼의 순결과 같은 개념이 떠오르기

때문에 좋다.

 

나는 보통 그냥 마냥 서서 혹은 앉아서

자연에 안기고 자연을 즐기며

자연을 감상하기도 하지만,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 땀을 뻘뻘흘리며

모래 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 좋다.

 

모래 위에 찍으진 발자국

(footprint; footmark; footstep)들을

보면서 그 유명한 글도 떠오른다.

 

어떤 사람의 인생의 여정에서

모래 위에 발자국이 두 사람의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주님의 것,

하나는 자신의 것'이라는 글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자신의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을 보니

발자국이 한 사람의 것 밖에 없어서,

'주님! 제가 힘들었을 때에

당신은 어디에 계셨나요?' 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주님께서 '얘야! 사실은

그 발자국이 너의 것이 아니고

바로 나의 것이란다.

그때 너의 가장 힘든 순간에 내가 너를

업고 걸었단다.'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대개 보면 이곳을

처음 방문한 분들은 마냥 어린이들처럼

놀라고 소리지르며, 감탄사를 자아내면서

모래 언덕을 달린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온 길,

하얀 모래 위의 발자국을 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자연을 통해

어디에서든지 우리네 인생을

관조할 수 있다.

 

앞이 좋다고 달리지만,

걸어온 발자취가 모래 위에 찍힌 것을

보고 놀란다.

 

'좀 예쁘게, 좀 곱게 잘 걸을 걸…'

 

주님 대전에 그리고 주님 안에서

모든 이들에게 펼쳐지는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사진처럼 남아있는 걸 보고

멈짓한다.

 

하지만 이제 다시 지우고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과거는 과거이고, 지금 여기서

(hic et nunc; here & now)

잘 걸어야 한다.

 

 

우리네 삶의 의미와 가치 자체이신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걸어야 한다.

 

간혹 혼자가는 사막 생활이 너무 외로워

뒤로 돌아서서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친구 삼아 바라보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우리 존재와 생명의 근원이시요

목적이신 주님만으로, 오직 주님만으로

실존적 공허와 외로움이

메꾸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들어야 한다.

 

이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모여

원래 없던 길을 하나 둘 걸어갈 때

거기에 제대로 된 길이 생기는 것이다.

 

예수님을 통해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가는 구원의 길,

생명의 길, 진리의 길, 축복의 길,

기쁨의 길, 평화의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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