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는 길
천국으로 가는 길
(박성미 아가다 동시인.)
따뜻한 봄날. 네살배기 성표를 만났다.
기저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일학교에는 갈 수 없어.
나와 함께 교중미사를 드려야 했다.
혹시 미사 도중에 울면 어쩌나.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 어쩌나.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찌만 성표는 영특하게 잘 적응해 주었다.
고마운 할머니께서는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용돈도 주셨다.
6살이 되던 해에는 교중미사 드리는 모습을 보기를 원했고
일어서디고 하고 앉기도 하며 예식을 따라 하곤 하였다.
어느 날 성찬의 전례중 영성체 시간에 막무가내로 성체를 달라고 떼를 썼다.
신부님께서는 떼쓰는 성표에게 축성되지 않은 빵을 쪼개어 나누어 주셨다.
집에 돌아온 성표는 성체를 모셨으니 하늘 나라에 간다고.
그런데 천국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아서.
천국은 죄 없는 사람이 가는 나라란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마구간에서 태어나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며
당신의 피로 우리의 죄를 씻겨 주신단다.
이분의 말씀대로 행하고 믿으면 영성체로 한 몸 되어
천국 나라에 갈 수 있단다..라고 설명해주었다.
답변에 이해가 안 가는 듯 계속되는 질문에 성경책을 펴 겨자씨의 비유를 들려주었다.
겨자씨의 비유에서 우리는 우리 마음에 심어진 천국도 아주 작지만
이후에는 큰나무로 자라게 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예수님께서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죽음도 매우 비참했지만
이후 열두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보고 믿기 시작하여
큰 교회를 이루었듯이 우리도 그분을 믿고 따르면
우리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켜 하느님의 일을 하게 되는 은혜를 받게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짧고 부족한 나의 경경 해독이지만 성표는 조금은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성표는 요한이라는 본명이 있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아침. 저녁기도를 빠뜨리면 `기도합시다`라고 말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성당에서도 복사를 제일 열심히 한다.
하느님을 모르는 성표를 하느님의 자녀로 성장하게 해주시고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천국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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