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남
만 남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능력의 한계까지
이끌어 가시는 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철저히 깨닫게 됩니다.
나는 수년 동안, 아주 많은 시간을
내 자신의 무능력과 내 자신의 나약함에 대항해 싸웠습니다.
나는 나의 무능을 감추려고 자주 아름다운 신뢰의 가면을 쓰고
공적으로 나를 드러내기를 좋아했습니다.
그것은 무능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만이고
자신이 보잘것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교만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조금씩 내 자신의 무능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갈등을 겪지 않습니다.
나는 베일도 꿈도 꾸밈도 없는 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진일보 했다고 믿습니다.
만일 내가 교리를 배워 익혔을 당시
즉시 그렇게 했더라면 40년을 벌었을 것입니다.
지근 나는 나의 무능을 온통 하느님의 전능하심에
맡기고 있습니다.
산더미 같은 내 죄를 그분의 자비하심의 빛에 맡기고,
골 깊은 내 나약함을 깊고 깊은 그분의 위대하심에
의탁하고 있습니다.
결코 체험해 보지 못한 그분과의 동행,
결코 느껴 보지 못한 극분의 드넓은 사랑,
지금 내게는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그분과의 만남의 순간이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의 권능을 내게 이끌어 들이는 것은
나의 비참한 처지요, 그분께 소리치는 것은
나의 고통이며, 완전하신 그분의 존재가 내 존재 위로
폭포처럼 떨어지게 하는 것은 나의 하찮음입니다.
완전하신 하느님과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이 같은 만남에서
가장 놀라운 우주의 기적이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자신을 거져 내어 주고 모든 것을 받아 주는
무상적인 하느님 사랑에 의해 이루어진 가장 아름다운 혼인입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진실과 진실 전부입니다.
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겸손 뿐입니다.
따라서 겸손이 없는 곳에서는 진실이 없고,
진실이 없는 곳에는 겸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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