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분노와 복수를 맡기다

수성구 2021. 7. 24. 06:18

분노와 복수를 맡기다

분노와 복수를 맡기다

(이제민신부님의 주름을 지우지마라 중에서 )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를 주제로 한 고전소설이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앞둔 젊은 주인공이

그 여인을 사랑한 친구의 음모로 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외땀섬에 갇히게 된다.

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단 하나.죽어야만 나올 수 있다.

같은 섬에 갇힌 죄수 한 사람이 탈출을 하려고 몇십 년을 두고

감방의 바위벽을 조금씩 긁어 통로를 만들어 나갔는데.

벽이 뚫리고 들어간 곳은 기구하게도 바깥세상이 아니라

이 젊은이가 같힌 방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몰래 통로를 기어 왕래하면서 친구가 된다.

 

 

그 죄수는 늙은 사제였다.

젊어서 들어왔지만 노인이 되었다.

그의 늙은 모습은 주인공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젊은이는 현명한 늙은 사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친구가

자기 애인을 가로채기 위해 법률가. 은행가 등과 작당하여 자기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죽음의 섬으로 보낸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늙은 사제가 젊은이에게 큰 유산을 남기고 죽는다.

유산은 엄청난 재물이 숨겨진 보물섬에 관한 비밀이었다.

간수가 늙은 사제의 시신을 바다에 버리기 위해 자루에 넣는다는 것을 안 주인공은

사제의 시신을 자기의 방으로 옮기고 자기가 자루에 들어가 기다린다.

 

 

그렇게 주인공은 바닷물에 던져져 탈출에 성공한다.

이미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탈출한 후 늙은 사제가 일러준

보물섬으로 가서 막대한 재물을 발견하여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고쳐 부르고.

주위에 많은 선심을 스면서 그는 곧 유명인 된다.

그는 기회를 엿보면서 자기를 모함했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처단해 나간다.

 

 

은행가도 죽이고 법률가도 죽이고 마지막으로 애인을 가로챘던 친구도 죽인다.

주인공이 복수를 다 하고는 친구의 아내가 된 여인한테

나타나 옛날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청혼을 한다.

여인은 백작이 마을에 나타났을 때부터 육감적으로 옛날에 사랑했던

그 사람임을 알아차렸다.

백작의 청혼을 받은 여인은 자기가 사랑한 사람은 복수심에

가득 찬 백작이 아니었다며 단호하게 그 청을 물리친다.

백작은 치밀한 계획아래 복수를 하며 사랑하는 여인에게

접근했건만. 옛 애인은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교훈을 얻는다.

억울하게 당하면 분노가 생기고 어떻게 해서라도 되갚아주고 싶어진다.

생각대로 복수에 성공하여 원수를 죽이든지 곤경에 빠뜨리고 나면

통쾌하고 살맛이 날 것 같지만 인생은 복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복수 끝에 남는 것은 여인의 말처럼 증오뿐이다.

자기 인생에 만족 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허무를 느끼는 것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들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이 짧은 젊은이일수록 과거에 집착하면서

사랑과 미움. 분노와 질투 따위의 감정에 휘둘리고 스스로

고통의 덫에 걸려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노인이 되면서 인간은 이런 굴레를 벗아나 용서도 하고 화해도 한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지나간 시간에 머물지 않고.

또 과거 자기에게 아픔을 준 사람에게도 머물지 않는다.

그의 심리가 면한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가 늙음을 통해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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