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아침에 뒷동산을 청소했습니다.
신선한 봄기운과 아침 공기,
오랜만에 흙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치우니
새싹이 배시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새싹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낙엽을 긁어내는데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낙엽처럼 쌓인 묵은 과거에서 벗어나면 새 생명을 맛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는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습니다.
한동안 과거에만 매달려 지낸 적이 있습니다.
왜 그토록 과거에 매달려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날이 아름다웠던 것도 아닌데
그냥 파묻혀 안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가 두렵기만 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부르시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말씀으로 비추시는 생명의 싹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애로우신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입니다.
그 사랑은 깊고 아름다우며
그 부르심은 은혜롭기만 합니다.
- 성 바오로딸 수도회, 수도원에서 보내는 편지 -
- 소프라노 김희정/피아노 권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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