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 삶의 비결을
7월 둘째주 연중 제15주일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 (마르6.7-13)
순례길에서 삶의 비결을
(정도영 신부. 안동교구 마원 진안리 성지 담당)
재작년 8월. 안식년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
한 달 여정이라 여름옷과 좀 두꺼운 옷도 챙기고 양말. 속옷. 무선 스피커.
책 . 상비약. 세면도구. 수건 비옷까지 필요한 것들 챙겼다.
루르드에서 이틀 머문 후 생장에서 본격적으로 순례길을 시작했다.
피레네산맥의 자연 풍광은 아름다웠지만 15Kg이 넘는 배낭을 지고 넘는 산길은 벅차고 힘들었다.
첫날이라 힘든 건 당연하다며 걸었다.
그런데 평지를 걷는 이튿날도 쉽지 않았다.
피로가 쎃여서 그런 것 같았다. 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줄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매일 마트에서 구입하던 식량을 줄였다.
그래도 뙤약볕에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큰 페트병으로 두 개씩 가지고 다니던 물을 한 통으로 줄였다.
최소한은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열흘이 지나자 힘겨워지기 시작 했다.
사실 순례길에는 동네마다 샘이 있었지만 솔직히 위생이 걱정되어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작은 물통 하나만 가지고 매일 아침 순례길에 나섰다.
한국에서 가져갔던 여벌 옷과 양말. 속옷은 그냥 배낭 속에서 그대로 짐만 되었다.
매일 순례를 마치면 바로 빨아서 아침에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다.
처음 순례길을 나설 때는 온갖 걱정과 불안으로 많은 것을 챙겨 갔지만
사실 그러한 물건들이 나의 발걸음을 무겁고 힘겹게 만들었다.
짐을 비우니 한결 여유가 생겨 순례길에 집중하며 자연 풍광도 더욱 즐길 수 있었다.
그 순간 우리의 삶의 여정도 순례길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 힘겹고 어려운 것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들로 인해서.
그리고 우리의 얄팍한 욕심들로 인해서 우리의 짐이 많아지고 무거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에 대한 걱정. 노후 걱정등으로 일상을 채우고 있다면
마치 배낭에 필요 이상의 짐을 가지고 가는것과 같다.
아무것도 지니지 않는 것.
그것은 욕심을 비우는 것이고 욕심을 비우면 삶에 행복과 풍요로움이 가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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