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점집 다녀와도 괜찮죠?

수성구 2021. 7. 5. 03:42

점집 다녀와도 괜찮죠?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35-41)

 

점집 다녀와도 괜찮죠?

(강태현 신부. 의정부교구 일산성당 부주임)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의자 뒤에 붙어있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십니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습니까?

사업이 잘 안 풀리십니까?

운세. 궁합. 시험. 이사. 개업. 손님이 많으니 꼭 얘약하세요!

바로 점집 광고이다.

 

 

우리 신자 중에도 점집에 가본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마음으로 갔을지 짐작은 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일을 궁금해한다.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사업은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의 시험 결과는?

10년. 20년 후의 나는 잘 살고 있을까?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과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내일의 궁금함은 곧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고.

잘 흘러가게 하고 싶은 심리가 점집이나 철학관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옮기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때때로 이것이 부작용을 일으킬 때도 있다.

이러한 우리의 나약한 모습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사제인 내게 슬쩍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다.

신부님. 한두번 정도는 점집에 다녀와도 괜찮죠?

대부분 본인이 말해 놓고도 민망해한다.

인간적인 마음은 이해 하지만. 사제의 입에서 괜찮다는 대답이 나올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가지 말라고 웃으며 말씀드린다.

우리의 삶은 누가 대신 점쳐주고. 누가 대신 결정해 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내 삶은 . 그리고 나의 내일은

언제나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있는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배에 타고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함께 계신데도 불구하고

거센 돌풍이 일어 배 안으로 물이 들이치는 모습을 보고 겁을 내며 어쩔 줄 몰라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간이기에 때로는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한 마음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에 예수님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다.

예수님의 말씀이 다시금 떠오른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주님 친히 우리와 함께하심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든든한 힘이라는 것을

이 시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