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군중인가
3월 넷째주 주님 수산 성지주일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마르11.1-10)
나는 어떤 군중인가
(최재관 신부. 육군 전진 1사단 성당 주임)
예루살렘 성문 앞에 나귀를 타고 오신 예수께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가?
시장 북새통처럼 모여든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
자신의 겉옷을 깔아 예수의 앞길을 축복한다.
군중은 나자렛 목수의 아들인 젊은 청년에게서 왕의 기품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그분의 지혜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언덕과 호숫가에서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 저분은 진짜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어는 고관대작의 행차와는 다르다.
스스로를 구세주라고 자칭했던 이들과도 다르다.
묵묵히 예수는 자신의 길을 걸어갔고 사람들은 꽃에 이끌리는 벌처럼 예수께 모여들었다.
단지 소문만 듣고 온 이들도 있다.
저분이 기적을 일으켰대. 수년간 앓던 나병환자도 고쳐주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낫게 해주었대.
대가 없이 사람을 치유해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혹시 나도? 하는 마음으로 온 이들도 있다.
목적없이 온 이들도 있다. 그저 군중이 환호성을 지르며 모여 있을 때
무슨 일로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이오? 하며 궁금해하다
메시아..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끼어든 이들도 있다.
몇몇은 평범해 보이는 그분의 겉모습에 실망하며 사람들이 속는군...생각하고
잠시 머물다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는 군중에게 미소를 짓지도 환호에 손을 들어 응답하지도 않은 채
묵묵히 나귀를 타고 제자들과 예루살렘에 들어가신다.
오직 침묵하며 가시는 에수를 바라보는 군중의 마음만 파도가 몰아치듯 울렁일 뿐이다.
군중들은 알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던 자신들의 손으로 돌을 던질 것라는 것을.
기적과 축복을 바라며 예수를 향해 뻗었던 그 손길이 삿대질로 변한다는 것을
귀인의 발에 흙 묻을까 겉옷을 펼쳐 종을 자처하는 군중들을 바라보며
예수는 승리의 길로 포장된 가시밭길을 걸어가신다.
부활은 죽음을 전제하기에. 예수께서는 승리를 위해 죽음의 문에 들어서신다.
나귀를 타며 입성하는 예수께서는 이미 가시관을 쓰고 어깨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계신다.
주님. 청하오니 그대로 이뤄지소서..라는 겸손된 말에 감춰놓은
우리의 바람들을 뒤로 하고 우리도 오늘 하루 군중이 되어본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의 군중들과 달리 우리는 그분이 겪으실 고난과 아픔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만큼은 주님께 청하기보다는 기도를 드리자.
그분의 마음에 동참하는 것이 예수께는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로와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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