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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2장 1-12
본당에 부임한 후 처음 맞은 새해 아침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세배를 하러 온다기에 세뱃돈도 준비하고 집안도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우와~ 엄청 크다! 신부님 집이 왜 이렇게 좋아?”
제 방에 들어온 아이들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세뱃돈의 절반만 줬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 제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부유함에 익숙해진 내 눈은 가난하게 살지 않는 나의 삶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내 눈은 타인에겐 냉정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들의 고백을 듣고 난 뒤에야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동방 박사들은 어머니 품에 누워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님과 만납니다.
그들이 처음 만난 유다인의 임금, 인류의 구세주, 창조주의 외아들의 모습은 놀랍습니다.
가난하고 무력하고 무능한 임금의 모습도 놀랍거니와
그 초라함과 부끄러움을 전혀 감추지 않고 있는 모습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난하고 무력하고 무능한 아기 예수님은 가리지도 않고 감추지도 않으셨습니다.
가난한 예수님을 보아야 내가 얼마나 부유한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력한 예수님을 보아야 내가 얼마나 힘을 좇으며 사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무능한 예수님을 보아야 내가 얼마나 과시하며 사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을 감추지 않고 보여주셨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 하느님을 보십시오. 그래야 나를 볼 수 있습니다.
김효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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