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아름다운 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고통

수성구 2014. 3. 18. 02:57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고통
    한 신자 가정주부가 얼마 전 SNS 그룹채팅방을 통해 경험담을 적어 왔습니다.
    “10일 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하수구 철망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을 크게 다쳐 고생 중이다. 
    위험하다고 몇 번씩이나 관리실에 알려줬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내가 다치고 나서야 하수구를 고쳐놓는 것을 보고 원망스러웠다. 
    반 깁스로 꼼짝 못한 채 집에서 지내던 중, 알고 지내는 의사의 권유로 정형외과에 
    입원하게 됐다. 남편이 직장을 오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뼈는 다행히 괜찮았지만 인대가 늘어나서 불편한 게 많은 채로 퇴원을 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이번에는, 며칠 있으면 세 돌이 되는 둘째 아이가 의자를 
    잡다 쓰러져 순식간에 손바닥이 터져서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을 다녀왔고, 
    이삼일에 한 번씩 소독하러 병원에 다니고 있다. 
    어젯밤엔 초등학생인 큰애가 혼자서 양치를 하다가 뒤에 있던 작은애의 눈을 
    칫솔로 찌르고 말았다. 다시 놀란 가슴을 안고 병원에 갈 아침을 기다리면서 
    ‘오, 하느님!’을 연거푸 부르짖고는 했다. 모든 것이 순간이었고, 일초 전에도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다. 그나마 각막은 비켜가서 안약을 넣으라 했고, 
    손바닥도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픈 애를 안고, 고의성이 전혀 없었던 
    큰애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내 다리를 다치게 한 아파트 책임자를 용서해야지. 
    ‘오, 하느님! 당신만이 저의 유일한 행복이십니다.’(시편 16,2 참조)를 
    수없이 말씀드린 시간이었고, 피상적으로만 아파하던 예수님의 피멍을 
    조금이나마 체험한 시간이었다.”
    연속으로 일어나는 사고를 통해서,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경우를 생각하면서 ‘용서’를 생각해낸 이 주부는 
    “기도를 청합니다. 고통 속에서 각 병원에서 소리 없이 장시간 신음하는 
    이들을 위해 더욱더 간절히 기도하는 사순시기였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크고 작은 고통을 
    자주 만납니다. 가족이 다치거나 본인이 큰 병에 걸린다든지, 
    또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하거나 물질적 빈곤으로 고생하는 이웃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고통을 만났을 때 집요하게 그 원인을 캐내려거나 
    분석하려 들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통해서 우리에게 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라고 성인들은 일러줍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창세 12,1)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시자, 
    “아브라함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고 기록한 오늘 독서와 
    ‘주님의 거룩한 변모’(마태 17,1-9)를 들려준 복음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을 감으로써 ‘또 다른 예수님’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분께서 가신 사랑의 길, 십자가의 길, 그리고 부활의 영광을 향해 
    오늘 저는 이웃의 짐을 져주면서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만나는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최홍준 파비아노 /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