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지만...

수성구 2020. 11. 1. 01:06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지만, 이웃을 사랑하고 보살피시라는 말씀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상처도 쉽게 받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제 모습이 이기적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듭니다.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변화를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죄책감보다는 우선 하느님께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는 믿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죄책감이 드는 것은 자신을 하느님의 사랑을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에서 제외했기 때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나도 그들을 그렇게 대하고 섬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도 정말 사랑하십니다. 그러기에 내 어려움과 내 상처를 무시하신 채로 밀어붙이듯이 사랑과 봉사를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만약 내가 어려움은 피하고, 그저 편한 길로만 살려고 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이 삶의 도전으로 다가오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나약함과 힘겨움으로 인해 그 말씀을 따르기가 버겁고 힘이 드는 상태라면, 하느님께서는 넘어진 아이를 안아 일으키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우리의 상처를 먼저 살펴주시고, 함께 아파해주실 것입니다.

죄책감이 앞서면 하느님 앞에 서기가 두려워지고, 그 두려움은 하느님에게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죄책감도, 그것을 통해 나의 죄를 용서하시고 부족함을 안아주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면, 오히려 하느님을 더욱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홍성민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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