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생명을 업신여기는 ‘살 처분 세상’ 에 사는 우리

수성구 2014. 3. 10. 14:25

 
 
 
 
 
    생명을 업신여기는 ‘살 처분 세상’ 에 사는 우리
    ‘살 처분’이 이제는 연중행사처럼 되었습니다. 
    우리는 올해에도, 조류독감에 걸린 오리나 닭 몇 마리가 발견되자 
    3Km 인근에 있는‘그들의 무고한 친구’들을 그냥 죽여 댔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1)를 예방하겠다며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가 있습니다. 
    동물은 고기가 아니라 ‘생명’이랍니다. 
    스스로를 ‘녹색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하는 황윤 氏의 주장입니다.
    “우리가 고기를 값싸게 많이 먹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밀집사육이 
    존재해야 하고,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변이와 
    전염병의 대규모 발생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동물의 99.9%는 
    ‘공장’에서 제조된다.…….  동물을 ‘고기’로만 보지 않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생명’으로 보는 시선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동물은 ‘고기’가 아니다). 동의하시죠?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온 인류가 먹고 남을 량이랍니다. 
    그런데도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운데 8명 중 1명 (8억 4,200만 명)은 
    7명의 무관심 때문에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고, 약 20억 명의 사람들은 미량 
    영양소 부족으로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전염병에 걸리기 쉽답니다. 그리고 그런 어린이 1명에게 단돈 300원이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과 영양소를 모두 공급할 수 있답니다.
    지난해 세계 인권의 날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 기아(飢餓) 퇴치 캠페인’을
    선포하면서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충분한 식량을 가질 권리에 관한 긴급한 
    요청이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기 바란다.”며, “가난한 이들이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진정한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기관인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은 
    ‘음식, 쓰레기가 아닙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도록 권고합니다. 그러니 이참에 우리도, 그저 ‘쟁여두기만’ 
    하는 냉장고가 나눔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십시다. 또 살 처분의 
    해악을 생각해서 고기 좀 적당히, 아니 좀 덜 먹읍시다. 그리해서 이번 
    사순 시기에는 덜 먹은 만큼을 나눠보십시다. 
    보도에 따르면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A!) 발생 이후 지금까지 살 처분된 
    닭, 오리 등 가금류는 2,500만 마리에 가까우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건 121마리뿐이랍니다. 그런데도 ‘예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멀쩡한 
    가금류를 살 처분하는 것은 환경오염 등 2차 피해만 키우고, 생명을 경시하는 
    일일 뿐”이랍니다.
    이 기사를 보자니, 최근에 심각한 문제로 드러난, 국정원과 검찰이 연루된 
    ‘간첩사건 증거 위조’에 관한 보도가 자꾸만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증거조작,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행여 그게 사실이라면 이 또한 
    어처구니없는 ‘예방적 살 처분’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걸핏하면 ‘종북’으로 몰아대니,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그러다보니 
    우리가 ‘살 처분 세상’에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
    (마태 10,26)이니 늘 깨어 사십시다. 그래야 짐승이나 사람의 무고한 
    살 처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주교구 신앙문화 유산 해설사
    한상갑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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