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소똥과 부잣집 담벼락

수성구 2020. 9. 15. 04:55

소똥과 부잣집 담벼락

소똥과 부잣집 담벼락

(김준호 신부)

 

 

내가 여행한 곳 중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인도와 네팔이다.

아름답고 인상 깊었던 곳이 많지만.

인도의 시골 `시포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지낼 때 보았던 광경이 가끔씩 생각나다.

인도라고 하면 더럽고 비위생적이고 가난하다고들 말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빈부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가난하나

소박하고 깨끗하고 친절하다.

내가 머물던 작은 시골 마을 역시 사람들이나 풍경이 참으로

소박하고 포근했다. 마을 사람들도 친절하게 잘 대해주었다.

 

 

어느 날. 늦은 오후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따.

마을 가운데쯤 이 동네에서 제일 잘사는 부잣집이 있었는데.

대굴 같은 집 앞 넓은 공터에서 마을사람 몇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소똥을 진흙과 함께 반죽하여

둥글납작하게 빚고 있었다.

그것을 햇볕에 말려서 땔감으로 쓰는 것이다.

마치 주먹만한 쿠키 과자 같았다.

 

 

자세히 보니 근사한 부잣집 담벼락이 온통 소똥 덩어리다.

질퍽하게 빚어진 소똥을 부잣집 담벼락에 붙여서 말린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화내지 않을까?

 

 

 

 

 

 

 

나도 동네 청년 죠셉과 함께 앉아 손으로 진흙을 주물럭거리고 있는데.

큰 문이 열리고 고급 세단이 나왔다.

나는 은근히 긴장 되었다. 바로 그때 창문이 열리고 차에 타고 있떤

풍채 좋은 사람이 껄껄 웃으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죠셉이 통역해 줬다. 일 열심히 하란다.

그리고 자기 집에도 땔감이 필요하니 엄마큼 가져다 달라고 했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이웃과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아픈 역사를 만드는 우리네 이웃들을 떠올렸다.

물질만이 아니라 삶을 나누고 생활을 나누고 웃음까지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이 부러웠다.

 

 

사실 그리스도인은 나눔을 실처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이 그러하셨고 우리 교회의 역사가 그러했다.

복음을 나누고. 복음의 가르침대로 사랑을 나누고.

그래서 구원에 대한 희망을 나누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사실 하느님을 나눈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