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의 뒤통수
택시 기사의 뒤통수
(김준호 신부)
오랜만에 동생 수녀를 찾아갔다.
원장 수녀님의 특별한 배려로 외출해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고 약속한 대로
중국 음식점에 가서 자장면을 시켰다.
고장 자장면이냐고 하지 말라.
그때 최고의 음식은 언제나 자장면이었다.
탕수육까지 덤으로 맛있게 먹고 택시를 잡았다.
나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 동생 수녀만 택시에 태워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운전사의 얼굴을 보니 불안해졌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리 바빠도 동생 수녀를 수녀원까지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님 뒷좌석에 내가 먼저 탔다.
한참을 가면서도 함께 타기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사의 뒤통수조차 얼마나 울퉁불퉁 생겼던지
볼수록 안심이 되었다.
수년원에 도착했다.
기사님. 얼마입니까?
내가 지갑을 만지며 물었을 때.
기사가 갑자기 껄껄 유쾌하게 웃으며 기운차게 말했다.
아이고. 신부님. 됐습니다.
그냥 가십시오. 저 안토니오입니다.
오늘 신부님. 수녀님을 한꺼번에 모셔서 최고로 행복합니다.
건강하시오~~잉! 하고 큰 소리로 외치더니
그냥 부르릉 가버렸다.
순간 지갑을 손에 든 채.
멍해진 나는 내 뒤통수가 울퉁불퉁해졌음을 느꼈다.
주님. 제가 꼭 이렇다니까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 또 당신 속을 상해드렸네요.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마음까지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깊은 안목을 주십시오.
나는 주님이 또 꾸중하시기 전에 내가 먼저 잘못을 시인하며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주님은 기어이 한 말씀 하신다.
좀..배워라.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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