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받아들임’의 멍에

수성구 2020. 6. 20. 05:23

받아들임’의 멍에

 



받아들임’의 멍에

마태오 복음 11장 25-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멍에는 말이나 소가 무거운 것을 끌고 가도록 가축의 목에 거는 나무 막대를 말합니다.
가축이 그 막대를 끌고 가면, 거기에 줄로 연결된 수레나 쟁기가 뒤따라 끌려가는 식이지요.
그러다 보니 수레나 쟁기와 비교해 멍에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가축의 몸에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일이 고되게 느껴지는 정도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비단 물리적인 멍에만이 아니지요. 심리적인 멍에, 다시 말해서 그것이 남의 일인지 아니면 내 일인지,
또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따라 힘든 정도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억지로 하는 일은 고달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은 힘든 줄 모르고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는 모두 나름의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맡겨진 책임, 남모르는 상처들, 질병의 고통,
경제적 어려움, 말도 안 되는 오해들, 관계의 껄끄러움 등 크고 작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갑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멍에를 메라고 초대하십니다.
남들 시선이나 처벌이 두려워서 마지못해 메는 ‘율법의 멍에’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아버지의 선한 뜻을 믿는 ‘받아들임’의 멍에를 메라는 것이지요.
십자가는 그대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십자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의미를 찾을 때,
무게는 전보다 한결 가벼워져 있을 것입니다. ​

* 하느님께서는 어떤 십자가를 내 것으로 주셨습니까?

박재형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