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참된 나’

수성구 2020. 6. 18. 03:28

‘참된 나’



‘참된 나’

마태오 복음 6장 1-6.16-18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다른 사람의 시선, 평가에 나를 내맡길 때, 내 삶은 무대 위의 연극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진짜 모습은 꾹꾹 감추어둔 채, 가면을 쓰고 남들이 정해놓은 배역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는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 소리에 이따금 만족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정작 내 본래 모습은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의로운 일을 하는 이,

칭찬을 받으려고 스스로 나팔을 부는 이, 과시하려고 자선을 베푸는 이,

대단한 사람인 양 보이고 싶어 기도하는 이는 참으로 불행합니다.

순간의 만족을 얻으려고 진짜 자기 모습을 포기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단식은 그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거추장스러운 포장을 벗겨내고,

그래서 남는 알맹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쓰고 있던 가면과 배역을 내려놓고, 그냥 나라는 존재가 골방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지요.

이는 남에게 나를 드러내거나, 어떤 상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와 진짜가 만나는 시간입니다.

이 군더더기 없는 가난한 만남을 통해, 비로소 나는 ‘참된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이십니다.

가면을 벗고 골방에 들어가 그분과 우정을 나누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까?

박재형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