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내면 깊은 목소리

수성구 2013. 12. 29. 03:23

 

 
내면 깊은 목소리
    요셉 성인은 자기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꿈에 주의 천사가 나타나 일러주는 대로 좇아갑니다. 성모님을 아내로 맞아들일 때도, 오늘 복음처럼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을 갈 때도, 또 피난 갔다 나자렛에 돌아와 정착할 때도 그렇습니다. 이는 요셉 성인의 성령 체험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존재의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어쩌면 이집트로 야반도주를 하기 전에 헤로데로 부터의 위험 사인들이 감지되고, 요셉 성인 나름대로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구체적인 삶의 정황 가운데 성령께서 움직이시는 것을 종종 보니까 말입니다. 물론 요셉 성인처럼 성령의 가리킴과 이끄심을 순순히 좇아간다 해서 현실적인 구체적 삶 속에서 온갖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겪어야 할 어려움은 그대로 다 겪어내야 할지 모릅니다. 다만, 적어도 성령을 따름에서 오는 깊은 내적 평화와 위로가 함께할 것이고, 그를 통해 현실적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었으면 하는 것은 성가정의 이집트 피난 생활이 그저 속히 지나가야만 할, 가능한 빨리 빠져나와야만 할, 그런 통과역이고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갖가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집트 피난 생활 그 자체가 중요한 목적인만큼 그 상황 속에 깊이 머물며 음미하는 가운데 주어지는 의미와 가치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필경 요셉 성인과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은 그리하셨을 것입니다. 마땅히 우리가 살아가며 겪어 내야 하는 갖가지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도 이런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셉 성인이 겪은 이런 깊은 영적 체험들이 우리 삶 안에서도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향해 온전히 열리고 귀 기울이는 마음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겠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기적은 내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됩니다. 그저 하느님 마음대로 우리 삶속에 개입해 들어와 간섭하시면서 기적을 만드시기도 하고, 내팽개쳐 두기도 하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에 대한 신뢰와 희망 속에서 이런 마음 자세가 깊게 형성 될 때, 평화 중에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적대자와 심지어 원수까지도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마음까지 만들어집니다. 끝으로, 오늘 복음을 통해 가장으로서의 요셉 성인의 모습을 깊게 음미함이 유익하겠습니다. 한집안에서 가장의 위상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아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그마한 학교도, 기업도, 나아가 국가도, 그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자의 몫이 얼마나 큰지, 그 지도자의 모습 여하에 따라 조직과 구성원 전체가 얼마나 다른 양상을 띠게 되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가난한 현실 가운데 가정에, 학교에, 기업에, 국가에, 참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예수회 유시찬 보나벤투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