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아내가 되고 싶다
희수야, 나는 가끔 다시 아내가 되고 싶다.
신명나게 도마질을 하면서 도마질만큼 수다를 떨면서
여보! 여보! 그렇게 자꾸 남편을 부르며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그에게 맛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싱거워?"
"아니, 맛있어."
그렇게 평범한 행복을 나도 좀 가지고 싶다.
언젠가 나는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이
혼자 우아하게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것이었다.
그 많았던 가족들 사이에서 곤두박질을 치면서 나는
'아아, 혼자, 혼자 있고 싶어'를 간절히 외치곤 했다.
여왕보다 혼자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어느 날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런데 혼자라는 것은 하루에 몇 시간이면 족한 것이야.
사람들이 밤에 가족과 같이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고
세상사 이야기를 하고 저녁 산책을 하는 그 시간에
언제나 혼자 있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야.
나는 병원에 혼자 가는 일도 죽기보다 싫어.
보호자는요? 하고 묻는 간호사들 앞에서
나는 늘 황망하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너도 알지?
때로는 혼자의 시간이 축복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힘차게 일어나고
힘차게 오늘을 사는지 모른다.
그런 생각 속에서도 아아 나는 가끔 다시
아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 세상에 아내의 자리만큼 높은 것도 없다.
삶이 뭐 거대 담론이니?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만 소중한 것들이지.
누가 아프면 약국에 가서 파스 하나 사 오는 거,
그게 사랑이지.
그게 사는 거야.
넘어지는 팔을 붙들어 일으켜 주는 거,
그게 사랑이며 사는 일이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신달자 지음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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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아내도 그와 같이 남편에게 아내로서 할 일을 다하십시오.
(성서 고린토1서 7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