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사랑방아침편지] 가슴 아픈 추억

수성구 2015. 3. 1. 05:19

 

 



             

             

             

             

             

             

             

                     


                    가슴 아픈 추억

                     



                    안향숙



                    초등학교, 아들 입학식 날
                    시간에 쫓겨
                    아들 손목을 잡고 
                    달음질을 하고 있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님께서
                    가는 길을 막고
                    "아기 엄마 이거 내복인데
                    이만 원만 주고 가져가요"

                    "아휴 할아버지 시간이 없어요
                    지금 그 돈 드릴 돈도 없고요"
                    하며 뿌리치며 입학식장을 달려야 했다

                    정말 그때는 그 돈이 없었다
                    시부모님 밑에서 타 쓰는

                    형편이었으니
                    남편은 월급을 타면
                    봉투째 부모님께 드리는

                    사람이었으니...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할아버님의 모습이
                    가슴을 에이게 한다


                    전북 군산 소룡동

                    소룡국민학교 입구의 양로원,

                    그곳에 계신 할아버님이시다

                    지금쯤은 고인이실 할아버님
                    얼마나 원망을 하셨을까

                    그 누가 기증한
                    겨울 내복
                    그 한 벌을 들고 
                    사 달라며 애원하신 그 모습


                    나는 죄인
                    철없는 죄인이었다

                    나는 소망한다
                    하늘에 계신 그 할아버님께
                    사죄를 하는 의미로서라도
                    그 양로원에 계신 분들께
                    봉투에  다달이
                    용돈이라며 드리고 싶다

                    하느님께 기도한다
                    나의 소망에
                    함께해 주십사고 ...

                     

                     


                    카페-가톨릭사랑방 

                     

                     

                     

                     

                     

                    가슴 아픈 이야기이네요

                     

                    우리네 팍팍한 삶에

                    누굴 돕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반대로

                    제 불찰로

                    너무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십년 전 쯤..

                     

                    오전에 집 앞 상가를 지나는데

                    그날도 초라한 행색의 할아버지께서  

                    콘크리트 바닥에

                    여늬 때처럼 자리를 대강 펼쳐 놓고 

                     

                    칼을 갈라고 맷돌을 놓고

                    한 개 천원..이란  종이도 써놓고

                    막연히 손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가끔  오시는 할아버지십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마다 

                    칼을 가는 손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할아버지..

                    그날은 유난히 춥고

                    엷은 눈보라까지 날리기 시작한 날이었는데...

                     

                    오후에 보니

                    그토록 을씨년스런 날씨임에도

                    여전히 초라한 모습으로

                    마냥 손님을 기다리며

                    그렇게 망연자실 앉아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슴 아프던지요...

                     

                    사실 저는 칼을 갈 게 없었습니다

                    항아리 입에 쓱싹 쓱쓱 

                    몇 번 칼을 대고 밀면

                    간단히 칼날이 잘 갈렸으니...

                     

                    그런데 이 추위에...

                    어떡하나...

                    가엾은 저 할아버지...

                     

                    결국 결심하고 '

                    나름 큰 용기를 내서

                    다시 할아버지께 내려 갔습니다

                     

                    칼 갈 것은 없으니 

                    그대신 그냥 드리겠다며

                    이만원을 손에 얼른 쥐어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얼굴까지

                    불그스름해 지시면서..

                    부끄러워하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걸 보며

                    저도 무안해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얼른 피했네요...

                     

                    그런데 다음 날 살펴보니

                    할아버지 안 나오셨습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아~!

                    실수했구나~!!

                     

                    할아버지께 어떤 아픔을 안겨드렸다는

                    자책으로

                    너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그리도 지혜롭지 못했던 제 행동이

                    참으로 후회스럽습니다

                     

                    대강 아무 칼이라도 들고 갈 껄...

                    어찌 그리 현명치 못하고

                    그리도 꼭 맥혔었을꼬...!!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쥐구멍에라도 들어 가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떠올릴 때마다 기도합니다

                     

                    할아버지 부디

                    자식 손주들과 함께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사세요~~!!

                     

                     

                    이십여 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하느님 곁으로 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이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울님들

                    언제나 평화롭고 따뜻하게

                    늘 행복하시길 비옵니다

                     

                     

                    사랑합니다~!

                     

                     

                    / 수풀孝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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