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음질을 하고 있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님께서
가는 길을 막고
"아기 엄마 이거 내복인데
이만 원만 주고 가져가요"
"아휴 할아버지 시간이 없어요
지금 그 돈 드릴 돈도 없고요"
하며 뿌리치며 입학식장을 달려야 했다
정말 그때는 그 돈이 없었다
시부모님 밑에서 타 쓰는
형편이었으니
남편은 월급을 타면
봉투째 부모님께 드리는
사람이었으니...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할아버님의 모습이
가슴을 에이게 한다
전북 군산 소룡동
소룡국민학교 입구의 양로원,
그곳에 계신 할아버님이시다
지금쯤은 고인이실 할아버님
얼마나 원망을 하셨을까
그 누가 기증한
겨울 내복
그 한 벌을 들고
사 달라며 애원하신 그 모습
아
나는 죄인
철없는 죄인이었다
나는 소망한다
하늘에 계신 그 할아버님께
사죄를 하는 의미로서라도
그 양로원에 계신 분들께
봉투에 다달이
용돈이라며 드리고 싶다
하느님께 기도한다
나의 소망에
함께해 주십사고 ...
가슴 아픈 이야기이네요
우리네 팍팍한 삶에
누굴 돕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반대로
제 불찰로
너무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십년 전 쯤..
오전에 집 앞 상가를 지나는데
그날도 초라한 행색의 할아버지께서
콘크리트 바닥에
여늬 때처럼 자리를 대강 펼쳐 놓고
칼을 갈라고 맷돌을 놓고
한 개 천원..이란 종이도 써놓고
막연히 손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가끔 오시는 할아버지십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마다
칼을 가는 손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할아버지..
그날은 유난히 춥고
엷은 눈보라까지 날리기 시작한 날이었는데...
오후에 보니
그토록 을씨년스런 날씨임에도
여전히 초라한 모습으로
마냥 손님을 기다리며
그렇게 망연자실 앉아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슴 아프던지요...
사실 저는 칼을 갈 게 없었습니다
항아리 입에 쓱싹 쓱쓱
몇 번 칼을 대고 밀면
간단히 칼날이 잘 갈렸으니...
그런데 이 추위에...
어떡하나...
가엾은 저 할아버지...
결국 결심하고 '
나름 큰 용기를 내서
다시 할아버지께 내려 갔습니다
칼 갈 것은 없으니
그대신 그냥 드리겠다며
이만원을 손에 얼른 쥐어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얼굴까지
불그스름해 지시면서..
부끄러워하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걸 보며
저도 무안해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얼른 피했네요...
그런데 다음 날 살펴보니
할아버지 안 나오셨습니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아~!
실수했구나~!!
할아버지께 어떤 아픔을 안겨드렸다는
자책으로
너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그리도 지혜롭지 못했던 제 행동이
참으로 후회스럽습니다
대강 아무 칼이라도 들고 갈 껄...
어찌 그리 현명치 못하고
그리도 꼭 맥혔었을꼬...!!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쥐구멍에라도 들어 가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떠올릴 때마다 기도합니다
할아버지 부디
자식 손주들과 함께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사세요~~!!
이십여 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하느님 곁으로 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이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울님들
언제나 평화롭고 따뜻하게
늘 행복하시길 비옵니다
사랑합니다~!
/ 수풀孝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