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肉)과 영(靈) (1)
- 토마스 머턴
사도 바오로가 우리에게 권고하는 것은
'육(flesh)'이 아닌
'영(spirit)'을 따라 '걸으라'
(여기서는 살라는 뜻)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육이란 육체적인 삶이 아니라
(성령께서는 영혼 뿐 아니라 육체까지 성화시키셨으므로)
세속적인 삶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육'에는 욕정이나 방탕함뿐 아니라,
세속적인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
인간적인 관점이나 사회적 통념을
근간으로 하는 활동들까지도 포함된다.
우리가 편견, 자기 만족, 편협함,
집단적인 오만함, 미신 숭배, 야망 또는
탐욕의 논리를 따른다면
우리는 '육'을 숭배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룩함이 진실한 마음에서가 아닌
위선적인 가식에서 비롯된다면
그것은 '육'적인 것이다.
'육적인 편향'은
그것이 비록 사람들의 찬사를 불러일으킬 만큼
용기 있고 매혹적인 행위일지라도
하느님의 눈에는 이미 죽은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간들을 향한 것이다.
그것은 그분의 영광을 좇지 않고
우리 자신의 만족을 구한다.
반면 '영'은
우리를 생명과 평화의 길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