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푸른 이름
아직 이르구나 내 이 지상의 햇빛,
지상의 바람 녹슬었다고 슬퍼하는 것은,
아직 이르구나, 내 사람들의 마음
모두 잿빛이 되었다고 탄식하는 것은
수평으로 나는 흰 새의 날개에 내려 앉는
저 모본단 같은 구름장과
우단 같은 바람 앞에
제 키를 세우는 상수리나무들
꿈꾸는 유리 강물,
햇볕 한 웅큼씩 베어 문 나생이 잎새들
마음 열고 바라보면
아직도 이 세상 늙지 않아
외출할 때 돌아와 부를 노래만은
언제나 문고리에 매어 둔다
이제 조그맣게 속삭여도 되리라
내일 아침에는 이 봄에 못 피었던
수제비꽃 한 송이 길 옆에 피고
수제비꽃 옆에
어제까지 없던 우체국이 하나 새로 지어질 것이라고,
내 귓속말로 전해도 되리라
오늘 태어나는 아이가
내일 아침에는
주홍신을 신고 우체국을 갈 것이라고.
- 이 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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