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신록이 우거지고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슬프게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고 소리내서 말하기도 미안합니다.
그래도 아름답게 살라는 메시지는 들어야 하겠죠.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짧은 시간에 잘 살게 된 뒷면에 자리잡은
어두운 그늘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돌리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가서
분향을 하고 연도를 하고 미사를 하는데
몇 명이나 되어야, 안됐다 불쌍하다 하는데
영정 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그 많은 어린 학생들과 희생자들을 대하니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어른이라는 게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
그런 말조차 머리가 멍해져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 대신 이번 참사로 희생된 모든 영혼들이
우리에게 하소연하는 애절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이제는 제발 더 이상 이런 희생은 없도록
안전한 대한민국, 양심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우리 대신 아름답게 살아 달라고...
아니 우리 몫까지 아름답게 살라고..."
지금도 저 깊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꿈을 펴지도 못하고
꽃피우지도 못하고 떠나간 나이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오늘이 성소주일이죠.
평화신문 1면에,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 실렸습니다.
장례미사 때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조사로 읽었던 글입니다.
'내 친구 성호에게' ~ "초등학교 1학년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우리는 복사단, 예비신학생, 전례부, 댄스부, 레지오 등을 함께 하면서
언젠가부터 꼭 함께 사제가 되자며 다짐했었지...
네가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대신해서라도 꼭 이룰께."
우리에게 하소연하는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우리도 그들 대신, 그리고 그들 몫까지 아름답게 살아야겠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성소주일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셨는데,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혼인생활(부부), 봉헌생활(수도자), 사제생활을 통해서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각자의 성소라고, 주님의 부르심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 가정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자신의 역할에 무책임하면,
이번 참사처럼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가슴아픈 일이지만, 대한민국이 윤리적으로, 영적으로
새로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슴아파 하고 미안해 하고 있는데, 떠나간 우리의 아이들은
안타까운 우리의 죽음을,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살아있는 우리에게 바랄 것입니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우리 사회에 희망을 다시 살리고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는 일은
믿을 곳이 교회 밖에 없다고,
우리 신앙인들이 사회의 정수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5분의 기적 기도 가족 여러분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내 삶의 자리에서 주어지는 주님의 부르심이,
내 삶의 성소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사랑의 사도로 살아갑시다.
그리고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영혼과 유가족들,
그리고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 한 형제, 한 가족입니다.
주님의 축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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