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죄에 무뎌지는 고해

수성구 2022. 2. 21. 07:32

죄에 무뎌지는 고해

 

 

2월 셋째주 연중 제7주일

너희은 원수를 사랑하여라(루카 6.27-38)

 

죄에 무뎌지는 고해

(마진우 신부. 대구대교구 초전성당 주임)

 

그리스도교의 원론적 가르침은 바로 원수를 사랑하라..일 것이다.

그래서 신자가 아닌 배우자가 이걸 역으로 이용해

너는 신자라면서 왜 그러느냐? 고 비판하면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여전히 생생히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우리는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내것으로삼고 결국 그것을 온전하게

실천해 낼 수 있또록 노력하는 중인 것이지

신자가 되자마자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성당은 거룩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거룩해질 수 있도록 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힘에는 힘으로 맞서야 한다며

상대보다 더 큰 힘을 키워 상대를 억눌러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언제든지 힘의 균형이 깨지면 다시 `불화`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증오의 저주에서 우리를 구해 내려고

악은 잠재우는 법을 가르쳐주신다.

그 악을 내가 감당할 선에서 받아들여 나의 `선`으로 메꾸는 것이다.

예수님은 원하기만 하면 열두 군단도 넘는 천사를 통해

당신 눈앞의 적대자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세상의 죄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희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오직 그것이 악을 진정으로 잠재우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대림 시기 때 교구에서 코로나로 인해

공동 고해와 일괄 사죄를 해도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마침 근처 본당을 순회하며 주일 미사를 드리고

수십명씩 판공성사르 주려던 참이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미사 전에 일괄적으로 사죄경을 외우면

그 오랜 시간 고해소 안에서 신자들의 고해를 일일이 듣지 않고

너무나도 쉽고 편하게 끝나버릴 일이었다.

 

 

하지만 어둠의 영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쉬운 용서를 심어주고. 이미 편한 고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죄에 더욱 무뎌질 거란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신자들의 어둠을 끌어안기로 마음먹었다.

쉬운 고해의 여정을 뒤로하고 고해소로 들어가

한 분 한분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나갈 때 사람들에게 원하면

얼마든지 성사를 보고 가시라고 공지했다.

 

 

그날 하루 미사 전후로 50명 가까이 대면 성사를 보았다.

나에게는 주님께서 주신 사죄권이 있었고

그날 미사에 오신 분들은 그것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악은 언제나 우리에게 쉽고 편한 길을 가르쳐주고

그 길을 통해 자신의 승리를 쟁취하려고 한다.

악은 다음 기회를 노리고 더 무거운 짐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우리의 `선`으로 그 빈 공간을 기꺼이 메꾸어야 한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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