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룻배 한 척(마르3,7-12) - 신부님 복음 해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9)
예수님께로부터 선포되는 복음과 능력의 치유 행위는 바리사이들과 같이 예수님을
죽이려는 극단적인 반대자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예수님의 말씀과 능력을 덧입으려는
추종자들을 양산하는 대조적 결과를 낳았다.
마르코 복음 3장 8절의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는
것은 온 이스라엘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한순간에 몰려든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관한 소문이 퍼지자 이곳 저곳에서 끊임없이 계속해서 예수님께로 몰려들었음을 묘사한다.
이것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여기서 '거룻배 한 척'에 해당하는 '플로이아리온'(ploiarion; a small ship)를
마련하라고 했을 때, '마련하다'에 해당하는 '프로스카르테레'(proskartere;should
wait on; ready for)는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다', '온 힘을 기울여 대기하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당신께 몰려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작은 배를
준비시키신 것은, 여기의 본문 외에도 하느님 나라의 여러 비유를 가르치시기 위한
경우도 있었다(마르4,1).
그런데 여기서는 특별히 마르코 복음 3장 10절에 나오는 데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전능하신 제2위 천주 성자 하느님이시므로신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병고침이나 자연 재해를 다스리는 목적 이외에, 당신을 신기하게
보이도록 하는 깜짝 놀랄 기적은 극히 제한함으로써, 당시 희랍 사회에 성행하던
미신적인 '신적 인간'으로 비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마르코 복음 3장 12절에 나오는 데로, 성부 하느님의 구원 사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말씀과 영적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가 선포되는 과정에서 당신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는 것을 피하셨고, 특히 더러운 영들을 통해 당신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로 알려지는 것을 더욱 원치 않으셨다.
우리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복음 전파 뿐만 아니라 소위
인기와 명성의 바다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서 '거룻배 한 척'을 미리 준비시키고
대기시키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깊이 묵상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전교가 잘 되는 한 장소에서 계속해서 오랫동안 머무시지 않고, 또한
당신의 인기와 명성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다른 곳으로 떠나시기 위해 '거룻배 한 척'
을 미리 준비하시며 그곳과 거리를 두신다.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만을 생각하시고 기도하시기 위해 한적한 곳으로 가시기
위해서, 그리고 또 다른 곳에 전교하러 가시기 위해서 인간성의 모든 찌꺼기와 폐단을
초월하시는 동선을 그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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