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 담긴 세례명
1월 둘째주 주님 세례 축일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루카 3.15-16 21-22)
소망이 담긴 세례명
(윤행도 신부. 마산교구 경화동성당 주임)
내 이름은 행복할 행에 길 도를 쓴다.
막내아들이 행복한 길을 걷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의 바람대로
나는 주님의 거룩한 사제로 복되고도 복된 삶을 살고 있다.
내 세례명은 가롤로 보르메오인데.
당시에는 태어난 지 사나흘 된 간난아기에게 세례를 주던때라
나도 세례받는 날의 주보성인이신 가롤로가 세례명이 되었다.
그런 내가 올해로 환갑이 되었다.
그동안 세상도 풍습도 많이 바뀌었다.
아기 이름을 지을 때도 항렬 같은 것은 따지지 않은 지 오래도
뜻보다는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이 참 많아졌다.
태어나는 아기들이 점점 줄다 보니 유아세례를 받는 아기들도 별로 없고.
그나마도 태어난지 몇 달이 지나고 나서 받는 것은 빠른 편이고
몇 년이 지나서 받기도 한다.
세례명을 정할 때도 성인들의 영성이나 삶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마리스텔라. 파비올라. 클라우디아 등
대부분 어감이 좋고 예쁜 세례명을 선호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전통적인 것들을 무조건 고집할 필요는 없으나
변해가는 것들이 외적인 것을 중시하는 요즘의세태와 그 궤를
같이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태어나면서 받게 되는 이름에 그 사람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듯
세례로 주어지는 세례명에도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할 소망과
다짐이 담겼으면 참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례를 받는 어른들에게 신앙인으로서의
삶의 모토가 될 복음 구절 하나를 정하도록 권한다.
사제들이 서품을 받으며 서품성구를 정하고 평생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듯이
세례를 받는 분들도 그렇게 하면 신앙인으로서의 삶에 지표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아세례를 받던 날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날 분명 주님께서는 내 안에 복음의 씨앗 하나를 심어주셨다.
사랑하는 내아들 가롤로야.
이 복음의 씨앗이 네 안에서 자라고 커져 풍성한 열매를 맺으면 참 좋겠구나
그러부터 육십 년이 지났다.
그동암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 내 삶 속에서 열매를 맺어오고 있는지 살펴본다.
살아야 할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았기에
지금까지 열매를 맺지 못했다면 앞으로 열매를 맺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인가?
하지만 고목에도 꽃이 핀다니 희망을 가져본다.
내가 소임을 다하고 주님께 나아가는 날
복음의 열매를 안고 간다면
주님께서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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