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은총이 이미 제게 충분하옵니다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삶
6장 영혼의 황폐 (5)
보나벤투라 성인과 게르손도 말했다.
"묵상할 때에 감각적으로 무엇을 느껴야만
제대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감각적인 느낌 없이 기도하는 편이
하느님께 더 커다란 봉헌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런 감각 없이 기도를 지속함으로써
그 사람은 자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자기를 낮출 줄 알게 되며 겸손하게 되어
더욱 열심히 기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도 중에 감각적으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면 그런 감각이 자칫,
그 사람을 허영에 들뜨게 만들고 자기가
성덕의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처럼 느낀 나머지,
교만해지고 게을러져서 파멸의 길로 치닫게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영혼의 고갈상태는 우리를 유혹에 빠지게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믿음에 대하여,혹은 순결에 대하여,
또는 기타 수덕생활의 여러 가지 면에서 유혹을 받게 될 때에
우리는 그러한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하겠지만
만일 그러한 시련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우리는 공연히 실망하고 슬퍼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그분의 뜻을 따르는
순명의 덕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바오로 사도도 자만에 대해 심한 유혹을 받았을 때
하느님께 유혹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십사 하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2코린 12,9)
라고 응답하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심한 유혹의 희생물이 되고 있을 때라도,
하느님께서 우리의 호소에 귀를 막고 계신 것처럼 느낄지라도,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따라 다음과 같이 기도해야 한다.
"주님, 불쌍한 저에게서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당신의 은총이 이미 제게 충분하오니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이끄소서.
다만 한 가지 저에게서 당신의 은총을 거두지만 마시옵소서."
유혹에 내맡기는 행위는 하느님의 은총을 잃는 행위이다.
유혹을 물리치는 행위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더 큰 선익을 가져다주며 하느님께 더욱 가까워 지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하느님을 거역하는 일없이 그분의 거룩한 뜻에
좀더 밀접하게 합칠 수 있게 된다.
'백합 > 주님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망이 담긴 세례명 (0) | 2022.01.12 |
---|---|
영혼의 정화 수업 (0) | 2022.01.11 |
영혼의 가난 (0) | 2022.01.10 |
주님 세례 축일에 짚어보는 세례대의 의미 (0) | 2022.01.09 |
하느님의 손을 잡고 (0) | 2022.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