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베테랑일 수 없다.
12월 넷째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카 2.41-52)
부모도 베테랑일 수 없다.
(최재관 신부. 육군 53사단 하상바오로 성당 주임)
한 아이가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손바닥이 까지고 무릎에서 피가 난다.
놀란 가슴에 아픔이 올라오기도 전에 목청껏 울어버린다.
울음소리를 듣고 부모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아이는 부모의 품에 안긴 채 들썩이던 어깨와 울음을 진정시킨다.
시간이 지나 그 아이도 자라서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이란 돌부리에 걸려넘어지고 만다.
무릎이 까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에 깊은 구멍이 뚫렸지만
아무렇디 않은 척 바로 툭툭 몸을 털고 일어난다.
부모가 된 아이는 삐걱대는 몸을 참아가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까지
꾹 참고 걸어간 후. 이내 주저앉는다.
마음속에 커다란 비명이 울리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니기에. 결코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되기에.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어린 시절
넘어진 자신을 안아준 부모의 심장 소리가 얼마나 편안했는지....
속은 한없이 여리면서도 가족을 위해 강인하게 변화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감사하면서도 먹먹하고. 미안한 마음을 절로 가지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되는 것이기에
세상 어떤 부모도 결코 베테랑일 수 없지만
아이의 눈에 부모는 처음부터 부모이기에 가족을 위해 하는
모든 노력과 희생들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의 세상 그 자체임을 알기에
아이가 세상을 마음껏 뛰어놀도록 자신을 가족이란 이름 속에 녹여낸다.
그런 희행은 어른이 되어서야 기적 같은 일이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
교회의 가장 거룩한 부모이신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온갖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 가정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복음에서 예수의 탄생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면서도
그 유년 시절에 대한 내용은 아주 짤막하게 나올 뿐이다.
성전에 바쳐진 예수를 찾을 때에도 그분의 비범함은 드러날지언정
요셉 성인과 성모님의 마음속 생각은 서술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잃어버린 예수를 찾는 두 성인의 절절한 마음과 유년 시절의 예수를
어떻게 사랑으로 품었는지를..
청년이 되어 세상을 향해 사랑을 실천한 그리스도의 모습은
성가정의 사랑 속에 맺어진 결실임을
우리가 직접 체험한 부모님의 사랑을 통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저물어가는 한 해 사랑하는 이에게 감사를 전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보면 어떨까.
주고받으며 커진 사랑 속에서 분명
더 크 기쁨을 발견할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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