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환시나 계시,
그 밖의 천상 사정에 관한 감미로움은
영성 생활을 하는 이들의 관심사이지만
이 모든 것도 가장 작은
겸손한 행동과는 비길 수 없다.
왜냐하면 겸손은 애덕과 같은 결과를
갖고 있어서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선(善)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과의 깊은 교류의 특성은 영혼을
깊이 낮추시면서 동시에 높이시는데,
이 길은 내려가는 것이 오르는 길이요,
오르는 것이 바로
내려가는 것이기에 그렇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참된 은총의 특징은
자신을 높이고 돋보이게 하는
모든 것에 혐오를 느끼게 하고
반대로 자신을 업신여기고 낮추는 일에는
쉽게 기울어지게 한다.
하느님께서는 잘난 척하는 영혼을
아주 싫어하신다.
비록 하느님께서 그 영혼을 높이시는
때라도 명령하는 것을 좋아하고
높은 지위를 흐뭇해 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이와는 달리 은총이나
환시가 악마의 소행인 경우에는
영혼으로 하여금 무조건 모든 위대한 것과
가치롭게 보이는 쪽으로 쏠리게 하고
낮고 비천한 것은 다 싫어하게 한다.
이상은 십자가의 성 요한 말씀이다.
복음에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줄곧
예수님께 분노와 질투를 드러낸 이유가
바로 분노와 질투의 뿌리인
교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무리 우리가 많은 것을
영육간에 가지고 있어도
하느님께서 숨결을 거두어 가시면
우리는 '흙의 먼지'로
흩어질 수 밖에 없는 허무한 존재이다.
그러니 흙처럼, 땅처럼 겸손해야 한다.
모든 것 아래에 있고,
모든 것을 받아주고 품어주는 흙처럼,
땅처럼 살아야 한다.
그것이 겸손하신 하느님 마음이다.
그래서 겸손은 라틴어로 'humilitas'이고,
그 어원이 '땅'(humus)이다.
어느날 내가 주님께
갈라티아서 5장 22절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 안에는
모든 덕의 기초인 겸손이 왜 없느냐고
여쭈었더니, 겸손해서 없다고
주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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