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수성구 2021. 12. 4. 06:22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삶

 

5장 하느님의 뜻에 합치는 구체적인 방법 (3)

 

 

그러나 참으로 고통스러운 경우를 찾자면 우리 주님이 당하신 고통이다.

그것을 상상해 보라.

수난이 눈앞에 다가오자 주님은 자기 영혼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마태 26, 38)

 

 

 

하시고 이어

 

 

 

"아버지, 하실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마태 26,39)

 

 

 

하시며

영원하신 하느님께 그 어려움을 거두어 주시기를 호소하셨다.

한편 주님은 이러한 호소를 할 경우에는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셨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 39)

 

 

 

혹 내가 건강하기를 원하는 것은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함이 아니라,

주님을 좀 더 잘 섬기기 위함이라고 변명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건강해지면 신앙생활에서 해야 할 규칙도 잘 지키고,

공동체를 위해 좀 더 많이 봉사도 하고, 교회에도 더 잘 나가고,

더 자주 영성체를 하고, 양심성찰도 더 잘 하고, 더 일을 잘 하고 등의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울지 모르나 이 얼마나 어린애같이 유치한 짓인가!

 

열심한 영혼아, 물어 보건대 그대는 왜 이러한 신심행위를 하겠다는 말인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그렇다면 하느님은 이런 신심행위나 기도를 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 뜻을 따라가는 것이 훨씬 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대가 이 고통을 겪기를 원하신다.

그러기 때문에 이 고통을 너에게 보내 주신 것이다.

 

그러니 그대의 고통을 우리 주님의 고통에 합하여라.

혹 그대는 다음과 같이 항변할지 모른다.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저의 동료 수사님들과 이 수도원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앓고 누워있으면 남들에게 얼마나 짐이 되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생각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그대의 장상들도 이미 그대가 아파 누워 있는 것이 결코 꾀병이나 게으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얼마나 많은 변명과 항변과 낙심 등이 하느님 사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랑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구실이 하느님의 뜻을 빠져 나가려는 교묘한 수단인지 모른다.

그대는 진정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대가 병상에 누워 있게 되거든 이 한 마디의 기도를 바쳐라.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그리고 이 기도를 되풀이 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그렇게 원하라.

이러한 행위가 다른 신심행위나 극기행위보다 값지게

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지 모른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간직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성덕은 없다.

아비라의 요한 성인은 자기를 따르는 신부 한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가 병이 나으면 무엇무엇을 하겠다고 계획하지 말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만큼 아픈 상태로 머물러 있게.

그대가 하느님의 뜻을 찾아 따르려고 한다면

성한 것과 아픈 것이 무슨 상관인가?

성한 것도 하느님의 뜻, 아픈 것도 하느님의 뜻일바에야."

 

이 성인의 말은 완전히 옳고 진실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해내는 일의 성과를 가지고 기뻐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뜻을 버리고 완전히 당신의 뜻에

합치는 것을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도

우리가 고통을 주님께 봉헌하는 것이

멋지게 일을 해서 빛나는 성과를 봉헌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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