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나는 영적 스승을 간절히 찾아 헤맸다

수성구 2021. 11. 25. 04:10

나는 영적 스승을 간절히 찾아 헤맸다

나는 영적 스승을 간절히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를 아시아의 머나먼 나라에서 발견했다.

만약 그가 아비장이나 예루살렘. 페스 또는 태양 아래

다른 어디에든 살았다면 우리 가족은 지금 마포의 15층 아파트 꼭대기에 없을 것이다.

길을 인도해줄 사람이 지극히 어진 마음과 심오한 지혜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것을

나는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를테면 가톨릭 사제면서 동시에 선승인 인물.

그런 존재가 아무데서나 쉽게 마주칠 리는 없다.

 

 

내게서 떠나본 적이 없는 신에 대한 믿음은 불교를 만나면서 강력한 도약을 경험했다.

나는 대화를 심화시키고 싶었다.

선은 하루하루 나를 몸으로. 침묵으로. 평화로.

더 단순하고 덜 기계적인 삶으로 이끌고 있다.

 

 

벨기에에서 묵상과 복음 말씀을 위한 피정 중에 훗날 나의 스승이 될 분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진정한 금욕수행을 시작했고 해방의 여정에 뛰어들었다.

내가 선택한 수행법은 언어를 불신한다.

따라서 철학자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이론을 떠나 내면 깊숙이.

심연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신부님은 내게 매일 좌선을 하고 기도로 삶의 깊이를 더하면서

복음서를 열심히 읽으라고 조언해주었다.

 

 

험난하고 황량하기까지 한 크나큰 모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먼저 대패로 모든 걸 평평하게 밀어버리는 것. 때를 닦아내고.

온갖 지표와 지금의 거짓 안정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였다.

막상 길에 오르자 어떤 황홀경도 깨달음도 없었다.

단지 마음의 동요와 두려움이 지나가기에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씀만 갈수록 생생해졌다.

하느님 안에 더 적극적으로 나를 던지라는 나날의 부름까지..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알렉산드르 졸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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