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사라지고
위기의 때. 침묵하시는 하느님
별은 사라지고
(하느님과의 숨바꼭질 한민택신부)
박사들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주제는 위기입니다.
어느순간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별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당황했을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여 상의했을 것이고.
유다인들의 임금은 분명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별의 인도는 필요가 없었는지 모릅니다.
예루살렘을 찾아왔으면 되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기막힐 따름입니다.
유다인의 임금으로 태어날 분을 찾아 달라고 그들이 부탁한 사람이
그들이 찾는 임금을 죽일 마음을 품을 헤로데 임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이 가야 할 길을 알려준 이가 바로 헤로데였습니다.
출발할 때 박사들의 길을 인도해 준 것은 별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인도하는 이는 악당 중의 악당. 장차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어린 아이들을 학살할 헤로데입니다.
성경은 박사들이 헤로데의 말을 듣고 다시 길을 나섰다고 전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의미심장한 내용을 발견합니다.
먼저 별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역시 그와 같은 경험을 종종 하지 않습니까?
이정표가 사라져 방향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헤매는 상황 말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시련에 시련이 거듭되지는 않나요?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끝을 알 수 없는 시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는 그런 상태 말입니다.
길고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듯한. 뜨거운 사막 위를 걷는 듯한.
곁에 아무도 없이 홀로 외롭게 남겨져 차라리 내 안에 파묻혀 버리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