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현존은 고통 중에도 누릴 수 있다
하느님 안에 숨은 생활 제1권
6
하느님의 현존은 고통 중에도 누릴 수 있다
완덕이란 인간이 내외적으로 항상 평화 중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
“너희가 내게서 평화를 얻으리라” (요한 16:33)
고 말씀하셨다.
세상은 고난투성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하느님께로 마음을 향하지 못했을 때 작은 고통들은
그분의 현존을 맛들이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나는 고통이 없는 영혼만이 이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착각하였기 때문에
나에게 고통이나 어려움이나 슬픔이 닥쳐 왔을 때,
하느님을 맛들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고통은 나를 하느님과 더욱
깊이 결합하는 한 수단이 되었다.
나는 고통이나 슬픔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 안에
거하시는 하느님께 희생으로 바친다.
예수님께서도 바로 그렇게 하셨다.
영원한 말씀과 결합하셨던 예수님의 인간성은 자신을 낮추고,
가난과 아픔 등을 자신의 천주성에 끊임없이 희생으로 바치셨다.
하지만 그분의 천주성은 인성이 고통 중에 계실 동안
누리고 있는 천상적 감미로움을 인성에도 전달하고 계셨다.
이러한 방법으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영혼들에게도 드러내신다.
그분은 영혼의 한 부분은 당신의 현존 체험으로
깊은 평화 중에 머물게 하신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영혼의 다른 부분은 불안과 고통으로
망가뜨리고 십자가에 못박히게 하시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현존을 언제나 이러한 모습으로만 드러내시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오성과는 관계없이 단순한 믿음 안에서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과 함께 결합할 수 있는 고요에 드러내시기도 하고
때로는 영혼이 현존하신 하느님의 위대함에 대한 비추임을 받기도 한다.
이 빛 가운데 영혼은 거룩한 두려움으로 하느님을 흠숭하게 된다.
그리고 곧 그 영혼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 안에
하느님이 가까이 계심을 인식하게 된다.
경외심과 사랑 속에서 영혼은 자신의 전존재를 바쳐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서 영혼은 무한한 평화를
누리고 천상적인 합일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어떤 위로보다도 십자가와 고통이 우리를 훨씬
더 온전한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이끌어 준다(2고린토 7:4 참조).
이 하느님과의 일치가 우리 감성을 둔감하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 감성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고 메마름과 고통 중에,
그리고 십자가에 못박힌 채 주님과 결합하는 일에는 흥미를 나타내지 않는다.
정화의 길을 통해서만 우리는 가장 높은 완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며
피조물에 대한 완전한 이탈과 죽음을 통해서만
완덕의 길에 흔들림 없이 꿋꿋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십자가에 못박힌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이때 영혼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는 아주 작은 일도 할 수 없고
자신에게서는 어떤 즐거움도 발견할 수 없고
하느님의 원의에만 자신의 행복이 좌우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에게는 모든 것이 헛되고 오직 하나
열망하던 하느님 사랑에는 한 몫도 차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면서도 자기가 참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딱하고 비참한 일이다.
이 때에 영혼 자신에게는 더없이 한탄스러운 일이지만
하느님은 그 영혼을 기꺼운 눈으로 바라보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한 영혼이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통해 천주 성자의 수난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며,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완전해지는 것이다.
"성덕(聖德)의 결정덕인 표지는 외적 활동의 위대함에 있지 않고,
말이나 글을 통해 예수님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위대함에도 있지 않고,
오직 용감하게 십자가를 지는 위대함에 있는 것이다." (프란츠 바이스 신부의 말씀 중에서)
이 진리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특별히 위로가 되는 말이다.
이 수난의 일치 속에서 영혼은 체험을 통해 예수님이 고독한 상태에서
얼마나 괴로워하셨는지, 그리고 당신의 고난을 통해
영혼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알게 된다.
"나의 하느님,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택하시고 미리 정하신 것이며
모든 이들이 당신의 아드님과 닮아져서 이루어지는 초자연계의 질서입니다.
그들이 영광 중에 당신과 같아지기를 원할진대 수난 중에도
필수적으로 당신과 같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로마서 8:17 참조)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루카 24:26)
<오, 끝없는 사랑이여!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누구를 위하여 내가 사랑할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오 사랑이여! 내 마음은 당신의 것, 오로지 당신의 것이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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