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왜 완전군장 행군을 하는가

수성구 2021. 4. 23. 05:28

왜 완전군장 행군을 하는가

4월 넷째주 부활 제4주일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요한 10-11-18)

 

왜 완전군장 행군을 하는가

(최재관 신부. 육군 전진 1사단 성당 주임)

 

군종신부로 지내다 보면 차 한잔하며 이야기 나눌 기회가 종종 있다.

한번은 특전사였던 한 상사로부터 군장을 메고 뜀박질 훈련을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멘 채 3Km를 20분 안에 뛰어야 했던 훈련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했다.

그 무게를 짊어지고 뜀박질이라니. 들으면서도 혀를 내둘렀다.

 

 

그에게 왜 그렇게 무식한 훈련을 하는지 물었다.

내 딴에는 강한 체력을 위해 빠른 침투를 위해..같은 답을 예상했는데.

그는 동료가 부상당했을 때 짊어지기 위해..라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훈련 때 어깨를 파고들었던 그 군장이 단순한 짐이 아니라 전우..라는 생각으로.

생명을 짊어졌다는 마음가짐으로.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는 고통 속에서도

부들거리는 다리를 내디디며 고된 뜀박질 훈련을 완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살리려는 마음가짐은 사람이 가진 한계를 한층 뛰어넘게 한다.

나만을 위한 이기심과 욕심이 당장 나에게는 이득을 가져다줄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하는 삶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 결국에는 모두를 살릴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삶을 긴 행군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 걸어가는가?

 

 

 

때론 경쟁하듯이 뜀박질하고. 짊어진 짐을 내팽개친 채 주저앉아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주님이 우리에게 주는 보상은 경쟁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주는 금메달이 아니다.

행군은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끝나지 않고.

함께 출발했던 마지막 한 사람이 도착했을 때 끝이 난다.

뒤처진 사람을 놔두고 저만치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힘이 모자란 이들의 짐을 대신 짊어지고 걸어갈때 완주할 수 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주시는 승리의 월계관은 내 머리 위에만 씌워지지 않고

가장 뒤처진 이들의 머리에까지 함께 씌워진다.

 

 

우리는 주님 앞에선 양들이지만 자신을 삯꾼이 아닌 목자라 일컫는 예수의 말씀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목자가 되어주어야 함을 알게 된다.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큰 가르침을 기억하며 내 삶의 동반자 중에

뒤처진 한 마리 양이 없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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