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내어줌

수성구 2021. 4. 21. 03:43

내어줌

내어줌

 

충만하고도 완전한 "나"의 실현은 역설적이게도

다른 이에게 나를 온전히 내 맡겨버리고 주어버리는 것이다.

주님께서도 이런 뜻으로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 하셨다.

 

미소, 악수, 입맞춤, 포옹, 사랑의 말, 선물, 내 인생의 어떤 부분...

나아가 나의 온 존재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 인간성은 '줌' 안에서 가장 완벽하게 실현된다.

우리는 준다는 기쁨을 상실한 세대에 살고 있다.

마치 주기보다도 받는 것에 그리고 소유하는 것에

우리의 행복이 달려 있는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행복한 삶은 타인을 위한 삶이다.

이러한 진실은 우리의 상처와 고통을 직면할 때만 밝혀진다.

 

우리의 고통과 '줌'은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의 상처와 고통, 연약함은

더욱 더 깊이 누군가와 우리 자신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우리 서로가 희망 을 나눌 수 있게 해준다.

 

어차피 주어야할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우리 실존의 현실이다.

이런 한계 앞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그 이상으로

우리는 서로 나누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임을 알아 가는 것이다.

 

'빵을 쪼개다'는 말은 즉시 나눔과 누군가에게 줌을 뜻한다.

그런 의미로 쪼갬과 줌은 하나이다.

삶이 나에게 준 선물, 내 생의 기쁨, 나의 내적 평화, 나의 침묵과 고통,

나의 안위를 기꺼이 나누어야 한다.

 

기꺼이 타인을 위해 주고, 내어놓아야 한다.

뿐만 아 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서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 죽음으로도 주어야 한다.

 

죽음은 '줌'의 마지막 행위이다.

우리는 다른 이와 벗을 위해 살아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을 위해 죽기도 해야 한다.

정말 사랑이 죽음 보다 강하다면 죽음은 사랑의 결속을

더욱 깊고 든 든하게 하기 위한 잠재력이 된다.

[헨리 나우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