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믿어준 그 신부님

수성구 2021. 4. 10. 04:31

믿어준 그 신부님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19-31)

 

믿어준 그 신부님

(정도영 신부. 안동교구 마원진안리 성지 담당)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판단한다면 마음은 늘 불편할 것이다.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싫어서 그런가?

물건을 살 때나 택시를 탔을 때 생각보다 비용이 더 나오면

나한테 바가지 씌운 것 아닐까?하는 불편함들...

그런데 드러난 사실과 진실은 좀 다를 수도 있다.

인사를 받아 주지 않는 사람은 자기만의 고민이 많아서일 수 있다.

물건이 비싼 건다른 것들보다 더 좋은 제품이어서 그럴 수 있고

택시는 길이 막혀서 좀 더 빠른 길로 둘러왔을 수도 있다.

 

 

신학생 시절 수녀님의 오해를 산 적이 있었다.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수녀님은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해 나에게 화를 내셨다.

그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만나 실제로 오간 대화들을 들어봤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오해를 풀 수가 없었다.

수녀님이 나를 그냥 믿어주시면 안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신학교 교수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신부님들은 학생처장을 맡으면 학생들이 신학교 내규를 잘 지키나 감시하셨다.

그러나 그분은 달랐다.

나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이 대침묵 시간에 왔다 갔다 하더라도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하겠습니다.

저를 피하거나 눈치 보지 마세요.

사람을 믿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렇게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물론 신부님의 그런 따뜻한 배려를 악용하는 신학생들도 있었겠지만

그 신부님의 마음은 신학생들에게 참교육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을 믿어주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요.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서 생기는

불안들이 마음을 휘감을 때 우리의 삶은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평화를 빕니다. 인사하며

용서하라고 하신다. 용서도 역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자비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믿어주는 사람.

곧. 성령으로 사는 사람이다.

 

 

예수님의 부활축일을 맞아서 우리도 새롭게 태어나자.

주변사람들을 내 판단으로 의심하고 신뢰하지 못했다면

이 모든 것 내려놓고 믿어주자.

나의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온전한 마음으로 믿어주자.

성령을 가득히 받은 사람은 그렇게 믿음으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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