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구원 열차

수성구 2021. 3. 11. 03:52

구원 열차

3월 둘째주 사순 제4주일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이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요한 3.14-21)

 

구원 열차

(정도영 신부. 안동교구 마원. 진안리 성지담당)

 

나는 구원 열차 올라타고서 하늘나라 가지요. 차표 필요 없어요.

주님 차장 되시니 나는 염려 없어요~

초등부 주일학교 때 자주 부르던 성가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신나게 율동도 했다.

하늘나라 가는 열차를 탔으니 얼마나 신이 났을까?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설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니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들의 말대로라면 현재의 삶은 천당을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렇다면 오래 살지 말고 빨리 죽는 것이 답이다.

할머니들이 고해성사 때 하시는 말씀처럼 사는 것이 죄..라면 우리는 살면 살수록

죄를 더 짓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죽으면 더 좋은 것이다.

죄지을 일도 없고 곧장 천당에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구원받기를 원하는 걸까?

가정과 사회에서 나를 억압하는 것으로부터의 해방. 고통스러운 질병의 치유.

가난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등 사람마다 다양한 구원을 바란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현재의 고통과 불행 속에서 참된 행복을 살도록 하신다.

왜 고통과 불행 속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할까?

가난한 이들이 하늘나라를 차지하고 억압 속에 있는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 곳이 어딘가?

그곳은 새로운 공간이 아니라 바로 깨달음에 있다.

가난과 시련. 고통 속에서 우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 한 TV 프로그램에 지하단칸방에 살고 있는 부인은 흑인 혼혈.

남편은 백인 혼혈인외국인 부부가 나왔다.

공사판에서 일하던 남편은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못해 일당 2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부인이 남편을 업고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VJ가 물어보니 남편이 한 달 먹을 쌀을 가지고 왔는데 기쁘지 않느냐고 했다.

2만원어치 쌀 한 봉지로 춤을 추는 그 아내를 보니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외면하고자 했던 곳에서 삶의 참된 가치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구원 받는 것이다.

이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해방만 되어도 좋다고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배고프다. 목마르다 아우성치지 않던가.

무엇이 행복한 삶일까? 현실의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는 구원을 바랄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해방과 기쁨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구원의 삶이요 하느님 나라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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