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학교를 좋아해요
3월 첫째주 사순 제3주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요한 2.13-25)
딸이 학교를 좋아해요
(송동림 신부. 제주 신성여자중학교 교장)
지난 겨율. 한 남자가 장학금을 전달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직원이 열네 명인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서로 마음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장학금을 전달하기고 한 날. 그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 학교 학부모이기도 했다. 큰딸이 학교를 무척이나 좋아해
평소 학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존경하는 선생님도 계셔 덕분에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언니의 영향인지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도 언니가 다니는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고 해
아버지로서 우리 학교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비록 학부모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등교부터 하교 시간까지 오랜 시간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더욱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 오래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예수는 아버지께서 머무는 성전의 환경과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심지어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 사람들을 쫓아내고 환전상들이 사용하던
탁자들을 엎어 버리신다.
당신 자신이 몸소 십자가 희생으로 세상과 인류의 죄를 정화시키기에 앞서
오염된 성전을 정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집이 누군가에 의해 더럽혀졌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기분이 안좋을 것이다.
학교 환경이나 이미지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다면 학교에 속한 사람들
모두 마음이 아플 것이다. 교회도 이와 같다. 내가 속한 교회가
교회 고유의 모습이 아니라 상업적. 인간적 친교 장소로 변질된다면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공간이자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다.
우리의 집이면서 나의 집이고. 기도하는 집이다. 오늘날의 교회가 있기까지
예수를 비롯하여 수많은 성인성녀들의 피땀과 눈물이 있었다.
이런 교회가 부디 더 거룩한 공간. 가고 싶은 교회. 더 더물고 싶은 집이 되기를.
그래서 많은 이가 더 거룩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