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미련한 여인이여

수성구 2021. 3. 5. 05:17

미련한 여인이여

미련한 여인이여!
(엠마오로 가는길에서 송현 신부)

 

영국의 대법관과 총리를 역임한 토마스 모어 성인.(1478-1535)

그는 왕의 부정한 결혼을 단호하게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에서 이탈하라는 왕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그는 모든 관직을 박탈당했고 급기야 사형선고를 받아 투옥되었습니다.

 

왕은 내심 가장 신임하던 신하의 순명을 기대하면서

성인의 부인과 자녀들을 보내어 그를 달랬습니다.

감옥에 들어간 부인은 남편의 무릎위에 자녀들을 앉히고는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여보. 아비 없는 자식이 될 이 아이들과 과부가 될 저를 불쌍히 여겨.

왕의 뜻대로 하겠노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묵묵히 듣고 있떤 모어가 물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왕이 허락할 부귀영화를 얼마나 더 누릴 수 있겠소?

아무리 못 누려도 족히 이십 년은 누릴 수 있겠지요.

그러자 성인이 한탄하며 말했습니다.

아. 미련한 여인이여!

그대는 불과 이십 년밖에 누리지 못할 현세의 행복 때문에

천국에서 나를 기다리는 영원한 행복을 잃어버리게 만들 작정이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새는 죽는 순간에 슬픈 소리를 내고 사람은 가장 착한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모어 성인을 두고 한 말인가 봅니다.

실상 인간에게는 필요한것도 많고 중요한 일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서 얻은 것들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모두 사라지고 맙니다.

가족도. 친구도. 돈도. 미모도. 학식도. 명예도. 권력도. 그 어느 것 하나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인간이면 누구나 끝없는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희망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것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직 예수님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세상의 그릇된 욕망과 즐거움을 등지고 그분을 따라나선 우리가 아니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주님보다 다른 것을 우선하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

 

모어의 마지막 고백처럼 불과 몇 십 년밖에 누리지 못할 현세의 영화 때문에

영원한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속적 물질과 물질적 탐욕에서벗어나 천상의 재물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영광과 안일과 욕망으로 일관하는 자.

그는 죽는 순간에 슬픈 소리를 낼 것입니다.

이 세상에 쌓아올린 것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빛으로 자신의 어두운 삶이 모조리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앞에 뿌리 깊은 나무로 우뚝 서서 결코 썩지 않을 천상 열매를 맺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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