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없앰
마르코 복음 5장 1-20절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동기 신부가 유학하던 시절, 술 한잔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내뱉은 말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똥개도 알아듣는 말을 나만 못 알아 들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10년 전 들었던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군대라고 불리는 악령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라며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하다못해 악령도 예수님을 알아보는데 하느님의 백성이라 자처하는 우리들은 어떠한가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라고 그분께 고백해본 적은 있나요?
예수님을 알아보는 방법은 참 모순되게도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악령의 행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악령은 누군가에게 기생해야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설 수 없어 딱 붙어 의지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자신을 먼저 내세우려 하면 예수님을 알아볼 수도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나’를 없애고 주님께 의지할 때 비로소 주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일과 자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일을 가족들에게 또 이웃에게 알리며 감사하는 삶을 살려면 먼저
‘나’를 없애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어른에게 온전히 의지해야 하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양성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