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항공료는 있나요?

수성구 2020. 12. 31. 05:26

항공료는 있나요?

항공료는 있나요?

(엠마오로 가는길에서 송현신부)

 

197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빈민의 성녀 마더데레사 수녀가 호주를 방문했을때의 일입니다.

호주의 한 젊은 프란치스코회 수사가 그녀의 수행원으로 자청했습니다.

그는 내심 데레사 수녀와 가까이 다니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다른 이들이 그녀를 먼저 만났고 정작 그는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호주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뉴기니로 떠나려는 데레사 수녀에게 그가 용기를 내어 부탁했습니다.

수녀님. 여비를 제가 부담한다면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수녀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까요?

데레사 수녀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습니다.

그곳으로 떠날 항공료는 있나요? 그럼요! 그 정도의 돈은 있답니다.

이 대답에 그녀는 겸손하게 제안했습니다.

수사님! 그러면 그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세요.

제가 가르쳐줄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입니다.

 

 

신앙은 배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움에 온몸을 던지는 일입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껴야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은 아름다운 얼굴보다 좋고. 아름다운 행동은 아름다운 자태보다 낫습니다.

순자의 가르침대로. 길이 가깝다해도 가지 않으면 이르지 못하고

일이 적다 할지라도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합니다.

해마다 많은 이들이 짧지 않은 예비신자 교리 교육을 받고 세례를 받습니다.

그러고는 한동안 열심히 성당을 다닙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에서 기대했던

평화와 기쁨을 맛볼 수도 없고 특별한 감흥도 느끼지 못합니다.

도리어 신앙이 자신을 구속하는 힘겨운 짐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다시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느님과 성당을 떠나갑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모든 지식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지만 신앙만큼은 알면 알수록 짐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신앙의 짐을 가볍게 하는 비법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배운 바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신앙은 실천해야 비로소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행해야만 그분이 내 삶 안에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고 싶고 또 그분의 은총을 누리고 싶지 않습니까.

그러면 여러분이 알고 배운 바를 실천하십시오.

그저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말씀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야고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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