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 잡고 시골길을
11월 넷째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것이다..(마태 25-31-46)
할머니 손 잡고 시골길을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할머니 손을 잡고 흙먼지 나는 시골길을 걸으며 공소를 다녔다.
부활 대축일 미사에 참례하려고 고운 한복 차려입으신 할머니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손자가 신학교에 합격했을 때 기뻐하시고. 입학할 때
꼬깃꼬깃한 돈을 주머니에 찔러 주시던 그 사랑은 아직도 뜨겁다.
할머니의 임종을 고향 집에서 지켜보았다.
늘 마지막은 혼자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할머니가
낡은 나무묵주로 평생 기도하신 것처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할머니는 마지막 안간힘으로 눈을 번쩍 뜨시더니 숨을 거두셨다.
나를 바라보시던 그 마지막 눈동자. 함께 살며 베푸신 그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떠나가는 존재이고. 잠시 머물다 가는 순례자이다.
하지만 나의 할머니 데레사를 떠올릴 때면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되살아나는 것임을 체험 한다.
모든 길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이.
죽음과 생명은 떠나보내야 맞아들일 수 있는 신비이다.
벌거벗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지고 갈 수 없음을.
시간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이심을 깨닫는다.
시간의 순례자들인 우리가 향할 곳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뿐이다.
우리의 삶은 결국 그리스도께로 귀결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 더 낮아지고 더 작아지신
그리스도왕께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삶으로 보여주며
부족한 우리 삶을 완성시켜 주신다.
하지만 우리는 어땠는가?
올 한해도 수없이 우리를 찾아오셨지만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거쳐 하느님께로 향한다.
이여정중에서 죽음은 내려놓는 법을.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떠나가는 이들은 잡고 있떤 것을 놓아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가장 중요하고 가장 우선인 것이 주님과의 관계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나약함과 가난함. 그리고 죽음까지도
나눌수 있는 주님이 계신다.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가는 여정은 기쁨이고.
구원 또한 임금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펼쳐지는 신비이다.
그리스도왕께서는 올 한해도 우리를 껴안고 여기까지왔다.
끝까지 우리가 희망을 걸어야 할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믿음으로 다시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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