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NEED)와 욕심(GREED)
우리 성당 근처에 소위 ‘로또 명당’이라 소문난 판매소가 있습니다.
1등 당첨이 무려 20번이나 되었답니다. 지역주민은 물론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로또를 사러 오기도 하고, 우편으로 부쳐 주기도 한답니다.
저도 한두 번 해보았습니다.
당첨되면 성전건립기금으로 내겠다는 허풍을 떨면서 말입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사행성 산업이 잘 된다고 합니다. 한방에 대박을 터뜨리고
싶은 심리가 살기 어려울 때일수록 강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애초부터 조작해 놓은 기계를 상대로 한방 터뜨려보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허황된 꿈인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텐데도, 사람들은
오늘도 로또 가게 앞에 긴 줄을 서고, 도박판을 전전하며 더 깊이 빠져듭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참조)
오늘 복음말씀이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해 봅니다.
돈 때문에 절망에 빠진 사람이나 돈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일 뿐이라며, 조소거리로 취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한술 더 떠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3-34)라고 말씀하십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해진 마이클 샌델 교수는 후속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는 책에서, 아무리 시장 지상주의 시대라 하더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음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에 앞서
‘과연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선행될 때, 비로소 우정이나 인격, 도덕적 가치, 친밀감 등 인간관계에
있어 소중한 가치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먹고사는 일을 가볍게 여기시거나 무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재물을 잘 다루어야 함을 강조하시며 재물을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종으로서 대하라고 경고하십니다. 필요(NEED)한 만큼이 아니라, 탐나는 만큼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GREED)을 강하게 질타하는 뜻이 숨겨져 있습니다.
실상 ‘필요’와 ‘욕심’은 글자 한 자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한계이고 어리석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즐기면서, 한편으로 기쁨과 삶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아픈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물질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맹목적으로 추구하면 그것은 점점 우상이 됩니다.
이는 곧 사람을 살리기보다 죽이는 기능을 하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섬기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은총의 사순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대교구
차원석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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