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
내 나이 육순, 칠순,
팔순일지라도 어버이는 나를 안아주는 영원한 분이십니다.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셨지만 내 가슴속엔 인자한 미소로
언제나 계십니다.
집 앞을 지나는 아이들의 소풍
길에 멀리 맑은 물 여다가 양동이 몇 개 놓고 쪽박 띄워 놓으셨던 어머니
"너는
커서 대쪽이 되지 말고 대나무가 되거라" 시던 아버지 당신의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오늘! 카네이션 두 송이
준비하여 아버지 어머니 가슴에 달아 드리고 싶습니다.
(도우 김충록 1957-)
아버지의
밥그릇
언 발,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안효희·시인, 1958-)
어머니
1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 다리 그러나 팔십 년 긴 역정(歷程)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정한모·시인,
192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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