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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

수성구 2020. 5. 9. 05:22
어버이 날






어버이 날



내 나이
육순, 칠순, 팔순일지라도
어버이는
나를 안아주는 영원한 분이십니다.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셨지만
내 가슴속엔 인자한 미소로

언제나 계십니다.


집 앞을 지나는 아이들의 소풍 길에
멀리 맑은 물 여다가
양동이 몇 개 놓고
쪽박 띄워 놓으셨던 어머니



"너는 커서
대쪽이 되지 말고 대나무가 되거라"
시던
아버지
당신의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오늘!
카네이션 두 송이 준비하여
아버지 어머니 가슴에
달아 드리고 싶습니다.


(도우 김충록 1957-)














아버지의 밥그릇



언 발,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안효희·시인, 1958-)










어머니 1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 다리
그러나 팔십 년 긴 역정(歷程)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정한모·시인, 192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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