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스스로 지키고 가르치는 큰사람

수성구 2014. 2. 18. 11:13


스스로 지키고 가르치는 큰사람
    오랜만에 벗을 만나러 갔더니 사제관 앞쪽으로 전에 없던 점집이 하나 더 생겼더군요. 이미 성당 주변을 ‘천신, 만신, 보살, 선녀, 천궁, 황궁’ 등의 간판들이 도배를 해 놓은 지경이었으니 또 하나 늘어났다 해서 그리 유난을 떨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곳 교우들의 영신(靈神) 사정이 걱정되었고, 인간이 들려주는 몇 마디 말에 자신의 미래를 내어 맡기며 귀 기울였을 누군가가 그만큼 더 늘어났구나 싶어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근처에 그런 점집들 말고 성당이나 하나 더 생겼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된 게 성당은 고사하고 그렇게 많이 보이던 개신교 예배당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세례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면서 온갖 허례허식과 미신적 행위, 우상숭배 등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우리 앞에는 수많은 어둠의 손길들이 놓여 있습니다. ‘손 없는 날’ 이사 가기, 자녀의 혼례를 앞두고 상대의 인품보다는 사주나 관상 보기, 작명소를 찾아가 아기 이름 의뢰하기, 취업이나 승진을 앞두고 운세 보기, 삼십 초에 천 원씩이나 하는 상담비를 지불해가며 ‘타로 점’을 봐 주는 케이블 방송에 몰두하기, 신문을 펴들면 제일 먼저 그날의 각종 운세(띠, 혈액형, 별자리) 보기, 등 우리 앞에 놓인 ‘죽음의 사슬’들은 상당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까지 한몫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세상 속에서 더욱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신비롭고 또 감추어져 있던 지혜”를 찾고자 애써야 합니다. “사람 앞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으니” 자칫 생명과 죽음을 식별하지 못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것이나 바라는 대로 받으리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으면서 주님을 바라야 합니다. 그분의 계명들을 올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주님께 투신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연약해서 넘어지기 쉽습니다. 언제나 무엇인가에 쫓기는 것 같고, 그래서 살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하고 초조하게 오늘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베일에 가려진 ‘내일’에 대한 답답함과 막연함을 해소해 보고자 누군가의 확신에 찬 음성을 듣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게는 우리가 죄를 짓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켜주시려고 ‘망을 보고 계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깊은 비밀까지도 통찰하고 계신’ 성령께서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 다시 큰 믿음을 회복하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봅시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한마디 말에 솔깃하여 그대로 쫓아가는 삶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주인이신 하느님만을 믿고 오늘 우리가 받은 계명들을 충실히 실천하면서 주님께서 이끄시는 길을 걸어가 봅시다. 수원교구 노성호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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