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염수정 추기경 서임 축하

수성구 2014. 1. 17. 15:18

 


 추기경 서임을 축하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2014년 1월 12일(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 직후, 한국의 서울대교구장이며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를 포함한 19명의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하셨다. 이로써 염수정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1969년 서임), 정진석 추기경(2006년 서임)에 이어 한국 출신으로 임명된 세 번째 추기경이 됐다. 추기경은 주교직에 부여된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면서 교황 선거권을 갖는다(만 80세 미만). 또한 정기적으로 열리는 추기경회의(consistory)에 참석하여 교회의 중요 사안들을 논의하는 등 그 교회법적 권한보다도 세계 교회 지도자로서 추기경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 염수정 추기경은 1943년 경기 안성 출생으로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1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되어 이듬해 1월 주교품을 받았다. 2012년 5월 10일 정진석 추기경이 은퇴함에 따라 서울대교구장을 계승하여 2012년 6월 25일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인 2014년 2월 22일(토), 바티칸에서 열리는 추기경회의 중에 염수정 대주교를 포함하여 신임 추기경을 서임하며, 다음날인 2월 23일(일) 새 추기경들과 함께 추기경 서임 축하 미사를 주례한다.
염 추기경이 가야 할, 로메로의 길
    염수정 대주교가 추기경에 지명된 날, 서울 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의 논평은 당황스러웠다. ‘우리나라 전체의 큰 축복!’ 그것이 왜 우리에게 축복일까? 종교나 신앙의 차이로 말미암은 비틀림이 아니다. 이웃의 작은 경사에도 함께 기뻐하고 축복하는 우리의 미풍과 이웃 종교의 축일이나 경사에 함께 기쁨을 나누는 종교계의 양속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종교인의 직위란 닭 벼슬만도 못한 것. 종교인은 오로지 빛과 소금이 되는 행실로써 평가받고 존경받을 뿐이다. 직위 때문에 존경하는 건 또 다른 우상숭배요 물신주의다. 염 추기경이 ‘두렵고 떨린다.’고 한 말에 오히려 위로받는 건 그런 까닭이다. 작고한 김수환 추기경은 아름다운 사표로 남아 있다. 그가 한국 가톨릭을 대표했던 건 시대의 축복이었다. 그가 추기경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억압받는 약자들에겐 형제가 되었고 억압하는 자들에겐 두려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청주 교구장 시절 정치적 사형수의 봉성체를 기피하고, 살기 위해 남일당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불에 탄 주검으로 돌아온 이들을 외면한 또 다른 추기경은 결코 시대의 축복일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엘살바도르의 오스카르 로메로 대주교를 떠올리며, 염 추기경이 그와 같은 길을 걷기를 기도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애초 로메로 주교는 해방신학을 ‘증오에 찬 그리스도론’으로 비난했고, 약자들 편에 선 신부들을 과격분자 혹은 파괴주의자로 의심했다. 그러나 벗 그란데 신부가 극우 민병대에 암살당하자, 그란데가 사랑했던 가난한 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거기서 전체 인구의 90%에 이르는 약자들의 고통과 신음을 들었고,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탐욕과 폭력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아름답고도 어려운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모든 폭력의 근원은 극심한 빈부 격차입니다.” “교회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 안에서 실현됩니다.” 동료 사제들까지 잇따라 살해당하자, 일부 사제들은 총을 든다. 그리고 ‘이 길밖에 달리 선택할 게 무엇입니까’라고 호소한다. 그러자 로메로는 단호하게 반문한다. “신부님은 사랑의 힘을 믿지 못하시는가요.” 그가 단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순교를 예감했고, 각오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를 죽일 때 나는 엘살바도르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제가 흘린 피는 자유의 씨앗이 되고 희망이 곧 실현되리라는 신호가 될 것입니다. 사제는 죽을지라도 하느님의 교회인 민중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 염 추기경은 임명축하식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권고문 ‘복음의 기쁨’,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 등에서 그 징표를 분명히 했다. “극소수 가진 자와 절대다수 사람들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 시장만능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관철된 결과이며, 그로 말미암아 무자비한 새로운 독재체제가 만들어졌다.” “이웃에 대한 우애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 불의의 뿌리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권고했다. “안온한 성전 안에만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 염 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말대로 화해와 공존, 분열과 갈등의 치유는 중요하다. 지학순 주교는 이런 내용의 옥중 편지를 남겼다. “화해는 공동선과의 화해이어야 하며, 독선에 반대하고 관용을 베푸는 아량이어야 하며, 전횡을 일삼아온 강자가 억압에 찌든 약자에게 청해야 하는 것이다.” 억압하고 군림하는 자들의 참회가 선행돼야 한다. 로메로의 신앙과 고백은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구현되고 있다. “주님은 우리를 자유로이 살도록 창조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위엄을 지니고 살게 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정의를 위해 싸울 힘을 주셨나이다.” 염 추기경은 순교자 집안이다. 선조는 이웃의 자유와 존엄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했다. 그것이야말로 남은 이들에게 축복이었다. 한겨레신문 / 곽병찬 대기자 / chankb@hani.co.kr
    
    삶을 여는 열쇠     
    좋은 일을 하는데 
    나중으로 미루는 사람은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것은 삶을 여는 열쇠 중의 하나이다.
    나쁜 일을 하려고 할 때는, 
    잠깐 멈춘 후 그 일을 나중으로 미루어라.
    그러나 좋은 일을 하고자 할 때는 멈추지 말고, 
    나중으로 미루지도 말라.
    좋은 사념이 마음에 오면,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게 좋다. 
    왜냐하면 내일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오쇼 라즈니쉬의《명상의 길》중에서-